[Keqi] 내가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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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맹자에는 그런 말이 있다.

"신하가 자기의 임금을 살해해도 괜찮습니까?"
"인자한 사람을 해치는 자(者)를 적(敵)이라 하고, 의로운 사람을 해치는 자(者)를 잔(殘)이라 합니다. 잔적(殘敵)한 자는 한낱 범부에 불과할지니, 범부인 주(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춘추전국 당시, 제나라 선왕이 맹자와 나눈 이야기다.
이 말이 이른바 역성혁명의 근거가 되는 맹자의 그 대목이다.

어느 국회의원이 노무현의 탄핵은 맹자에도 나와있을만큼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다 하는 대목도 이 구절을 염두에 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맹자에는 또 이런 말도 있다.

"걸(桀)과 주(紂)가 천하(天下)를 잃은 것은 그들의 백성들을 잃은 것이다. 그들의 백성들을 잃은 자들은 백성들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 천하(天下)를 얻는데는 방법이 있다. 거기에 사는 백성들을 얻으면 곧 천하를 얻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사는 백성들을 얻는 데는 방법이 있다.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면 곧 백성들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얻는데는 방법이 있으니 원하는 것은 그들을 위해 모아주고, 싫어하는 것은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백성들이 인자(仁慈)한 데로 귀순하는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흘러내려가고, 짐승이 넓은 들로 달려나가는 거와도 같다. 그래서 못으로 물고기를 몰아주는 것은 수달이고, 총림(叢林)속으로 새를 몰아주는 것은 새매이고, 탕(湯) 임금과 무왕(武王)에게 백성들을 몰아준 것은 걸(桀)과 주(紂)이다. 이제 온 천하의 국군(國君)들 가운데 인자(仁慈)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제후(諸侯)들이 다 그를 위해 백성들을 몰아다 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왕자(王者)가 되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안되고는 못배길 것이다. 지금의 왕자(王者)가 되려는 자들은 마치 7년 묵은 병을 고치려고 3년 말린 쑥을 구하는 거와도 같다. 진실로, 쑥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는 죽을 때까지도 그것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진실로, 인자함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근심하고 욕을 보다가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시(詩)에 '어떻게 잘 될 수 있겠는가? 서로들 다 멸망속에 빠져버리리라' 라 한 것은 이 점을 두고 한 말이다."

또한 이런 말도 있다.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이윤이 「나는 의리에 따르지 않는 것은 견디지 못한다.」고 말하고 태갑(大甲)을 동(桐)으로 쫓아냈는데 백성들이 대단히 기뻐했고, 태갑(大甲)이 똑똑해지자 또 그를 돌아오게 백성들이 대단히 기뻐했습니다. 현량한 사람이 남의 신하 노릇을 하면, 자기 임금이 못나게 굴면 본래 쫓아내게 마련입니까? 하고 말씀드리자, 맹자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윤의 뜻을 지니고 있으면 괜찮다. 이윤의 뜻이 없으면 찬탈(簒奪)이다."

맹자도, 의리에 따르는 것을 견디지 못하여 말과 행동을 일치할 때에 백성들은 그 마음을 담아주는 것이지, 신하라 하여 함부로 임금을 내치라 하지는 않았다.
하물며, 그 백성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한다면, 그것은 왕좌에서 쫓겨나 비참한 말로를 맞은 걸이나 주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 경고까지 하였다.

맹자를 들먹거리며 이번 일이 정당하다고 믿는 이들에게,
나는 진실로 그들이 맹자를 읽어는 보았는지 묻고 싶다.

어제 모 토론에서 어느 인사는 이런 말도 하였다.
"국민들의 잘못된 선택이 낳은 결과니 이는 국민의 탓이다"

국민도 사람이니 선택의 실수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이 '의리를 따르지 않는(不順)' 자들에게서 마음을 돌렸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4월 15일에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다.

농민들의 표를 의식해 FTA를 뭉개기를 10년.
자신들과 무관한 민생법안을 뭉개는 건 일상다반사.
자신들과 직접관련된 의원 증원, 세비인상에는 초적극적.

더 이상 국회의원들이 의리를 따르지 않는데,
어찌 국민들이 그들에게 마음을 더할까.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고,
대통령과 여당의 과오를 질타하는 사람도 많았으되,
그러나 국민들이 탄핵에 반대한 이유를,
그들은 똑똑히 기억하여야 한다.

의리를 따르지 않았던 바, 이것은 맹자 말씀대로 찬탈이요.
무릇 백성들의 뜻을 거스름은 하늘을 거스름이니,
난신적자들의 목에 부월을 휘날릴 일만 남은 셈이다.

본문 내용은 7,65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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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rail
내 의견을 어디다 올린게 있는데 하나 쓸께..-.-

항상 말하지만 언론보다 열배 더 무서운게 여론이다.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고 말하는 여론들이야 거론할 필요가 없지만
강압적 여론은 정말 위험한 것 중 하나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번 부당한 탄핵 결정을 풀어 줄 수 있는 것이 4.15 총선인가?
대통령이 탄핵되었기에 잘못된 것인가, 노무현이 탄핵되었기에 잘못된 것인가?
탄핵에 반대하는 것과 노무현을 지지하는 것이 동일시 되는 행동일까?
국회의원 193명은 다 죽일놈들일까?
조,중,동이 나쁜 언론일까? 반대로 그 밖에 있는 신문들은 정론이라 할 수 있는가?

말들이 많이 있지만, '기본적' 사항들에 대해서 짓는 단정적인 결정이 근거들로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탄핵에 대한 행위는 정말 옳지 않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그 부분은 말했던 것 같다.
다만, 여당(사실 여당도 아니잖은가. 암묵적 동의에서 여당이라고 불리는 것일 뿐)이 대선때의 국민통합 21을 이용했던 것처럼
이런 상황을 정략적으로 유도했다고 한다면, 어쩌면 그네들이 더 나쁜 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회에 나온 일부의 노란물결을 보면서 그러한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지만, 지금 내가 단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밝혀지거나 아니면 내 생각이 틀렸거나 그렇게 될 일이겠지만.. 판단 유보.

내 생각을 쉽게 메인 게시판에 걸지 못하는 것은 하루에 4~5가지의 신문을 보고 2개 이상의 뉴스를 보고
나가보면서 경험하는 것들이 다른 이들보다는 많다고 자부하지만 진실이 아닌 견해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말하고, 쉽게 빠져들고, 쉽게 이용당하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난 그럴 자신이 없다. 사실을 모르기에.

- 사족을 붙이자면 단지 견해일 뿐이네.
나 역시 요새는 물렁물렁해져 가는 나를 느끼게 되네, 어쩌면 어떤 집단에서 본다면 나 역시 보수적인 사람이겠지. 스스로도 그것을 인정하니깐
다만, 양 극단으로 치닫는 이 상황은 정말 마음에 안든다는 것이네... 확실한 것은 그것 하나.
신해철이 말로는 한나라 사람들보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 나쁜 사람이라고 했지만, 뭐 나 역시 한나라보다 우리당(전부 말고 일부)이 싫으니
그걸 그렇게 말해주면 이야기도 안하려고 할테고..
재밌는 세상이군.~


 2004-03-15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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