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삼복의 더위가 지나고 결실의 계절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었습니다.
올 여름 무더위에도 생산, 판매, 연구개발 등 모든 현장에서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여 주신 사원 여러분들께 우선 글을 통해서나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6월말부터 시작된 “2005년도 임금 조정 및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노사협상은
유난히 길고도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임단협의 결과는 최고경영자로서 참으로 어렵고 감내하기 힘든 결단이었습니다.
지난 수년동안 매년 두자리수에 달하는 고율의 임금인상을 해온 상황에서, 금년에도
우리회사는 타이어업계는 물론 세계 어느 기업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높은 임금
인상율을 기록했습니다.
첨단산업과 달리 부가가치가 낮은 타이어산업의 상황을 감안할 때 수년에 걸친 고율의
임금인상은 경영활동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여 온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사원 여러분,
저는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임직원은 물론 국내외 주주와 고객, 나아가 지역과 국가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보다 큰 만족과 이익을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 어느 이해관계자도 소홀히할 수 없는 위치에서, 특히 금년도 주주배당이 1.5%에
불과한 반면 사원들에게 과다한 자원을 배분함으로서 전체 주주들의 53%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우리 경영진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걱정스럽습니다.
최근 몇년동안 우리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노사간 신뢰 및 협력의
문화를 통해 세계 타이어업체 중 매출액 규모 9위에 오르는 결실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바라보면 결코 낙관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매출액 규모가 세계 9위라고 하지만, 세계 3대 타이어업체 대비 10% 수준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가격수준은 65%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싸구려
값밖에 못 받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최대의 인터넷 타이어 쇼핑몰(www.tirerack.com)에서 215 / 60R15 규격 제품의
판매가격이 B/S가 91불, YRC가 62불, 국내경쟁사가 50불 수준인데 반해 우리제품은
납품조차 못하는 실정입니다.
국내경쟁사의 가격수준을 감안할 때 우리 제품은 아마도 55 ~ 57불 수준이 될 것입니다.
해외에서 제값을 받고 팔기 위해서는 브랜드 인지도를 올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광고 및 마케팅 비용이 소요됩니다.
또한, 유통망 구축, 제품시험장(Proving Ground) 건설 등 연구개발 투자와 설비교체 등
돈이 필요한 곳은 많은데 제대로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입니다.
투자없는 회사는 성장동력을 잃고 서서히 소멸하는 것이 냉엄한 현실입니다.
실적이 좋던 시절 사원들의 임금과 복지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하던 GM이 경영악화로
생산공장 폐쇄, 인원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반면, 합리적인
임금수준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고 있는 TOYOTA는 세계각지에 공장을
증설하고 사원들의 고용안정을 실현해 가고 있습니다.
타이어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GOODYEAR가 구조조정과 사업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B/S는 생산시설을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회사의 임금은 선진국 수준인 40,000불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회사도 불과 몇년안에 일부 생산시설을 구조조정하거나 공장을
이전하는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불행한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어느 쪽 길을 가야할지 냉정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아 한두해 잘 먹고 살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고용안정과 삶의
질적 향상을 추구해 나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누가 판단하더라도 그 답은 어렵지 않게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한국타이어 사원 여러분!
지금 우리회사는 복지 수준과 인프라, 근무환경, 임금수준, 사회적 평가 등 모든 면에서
인정받을 만한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경영진은 고용안정과 적정한 임금수준 유지 및 복지 증진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사원 여러분께서도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성인화 등에 전력을 다해 우리회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이제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회사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곧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부 외부세력이 우리회사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현혹됨 없이 안정적인 미래와 지금까지 쌓아온 건전한 노사문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 스스로의 단결된 힘으로 외부세력으로부터 회사를 지켜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64년간 회사와 함께 동고동락해 오신 임직원의 노고에 다시 한 번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