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i]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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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amuplu ( Vote: 2 )

밤하늘을 보았다. 구름도 한줌없는 맑은 하늘이다. 그런데 별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내리고 집으로 향한다. 쓰레기 봉투가 한아름

쌓여 있는 어느 전신주에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해 준

커다란 고릴라 인형이 차디찬 보도 블럭에 머리를 붙인채 버려져 있

었다.

더이상 머리위 하늘도 발밑의 땅도 처다 볼 가치가 없어졌다.

붉은 네온 사인이 노란 은행잎을 주홍빛으로 물들인다.

가로등이 나의 그림자를 내 몸앞에 길게 드리운다.

실체가 아닌 그림자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끔 진하게 드리운다.

반짝이는 수만개의 별들을 회상한다. 그리고 또 수만개의 희미한 그

림자들을.......

지금은 가식적인 서너개의 가로등과 수십개의 네온 사인이 나의 그림

자를 죽이고 자신의 수개의 진한 그림자로 대체한다.

한없이 우울해진다. 마지막일꺼라 바라는 담배를 깊게 빨아드리고

건널목 옆의 쓰레기통에 비벼 끈다.

나의 집을 향해 언덕을 올라간다. 무심코 눈안에 하나의 희미한 별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였다.

그 별은 항상 달옆에서 가장 밝게 빛나던 것이였다. 지금은 달이 떠나

버렸다. 별은 희미해 졌다.

나를 돌아 본다.

나의 얼굴에도 조금씩 기미 같은 것이 눈밑에 생긴다. 하나임을 슬퍼

한 벌이다. 사실은 하나도 채 못 되었는데.....

그 별은 하나가 되었고 희미해졌다.

누구인가 주인이였을 고릴라도 혼자 전신주 밑에 누워있다.

그들은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희미해 졌다.....

나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나의 마음속의 타인들을 내몰아야 겠다. 나의 연인도....

모든 것을......희미해진 진짜가 된 하나로.........

이제 나에게는 한가지 일만 남았다.

조종받는 또 하나의 나를, 그 타인을 지워야 한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서 해지 할 것이다. 통신상에서의 타인을 해지

할 것이다.

이제는 작별이다..

모두들 고마워......




본문 내용은 10,33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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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2/27/2025 10: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