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XwkMLMa4ZXM
1.
할아버지 제사를 마치고 신촌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막혀 있어
오늘 뉴스에선 대심도 지하도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던 서부간선도로는
자정이 넘은 시간인지라 시원스레 뚫려있다.
문득 내가 원초적으로는 스피드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의심을 한다.
정속주행을 가급적 습관화 하고 있지만 굳게 잡은 핸들에서 전율이 느껴져 온다.
잠들지 모르는 그를 위해 isol은 힘을 낸다.
심야의 라디오는 차분해서 좋다.
그래야 할 것만 같은 목소리로 자근자근 속삭이는 이야기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이내 흘러 나오는 음악에 온 정신이 집중된다.
이 노래 제목이 뭐더라...
2.
한 10년은 됐을까.
오래 전 얘기다.
오래 전 어느 자정을 넘긴 시각,
택시를 타고 대학로로 귀환하고 있다.
기사 아저씨가 틀어 놓은 라디오에선 차분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느낌은
별다른 이유 없이 내게 슬픈 이미지로 남겨졌다.
지금은 아마도 사라져 버렸을
동대문 근처의 고가도로를 내달렸다.
고가에서 바라보이는 그 휘황찬양한 야경은
어쩐지 성공한 이의 삶에 대한 회한처럼 느껴졌다.
그런 작은 감상들이 하나 둘 모여
아마도 지금의 내게 미래보다는 현재의 가치를 중시하도록 하였던 것 같고,
심야의 라디오에 이유 없는 환상을 갖게 했던 것도 같다.
3.
가사 하나 모른 채 대충 음만 아는 노래의 제목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행히도 김태영,이라는 가수는 떠올랐었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김태영
오랜 방황의 끝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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