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눈부시던 어느 날, 난 일상을 탈출하고
집으로갔다. 누구처럼 집을 나갔던 것도 아니
고 그렇다고 집이 싫어 떠난 것도 아니었다.
내 일상은, 집 바깥(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내
가 좋아하는 학교에서)에서 일주일이고 한달이
고 보내는 것이었고, 그 일상은 지난 가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졌던 게다.
가끔 배가 고프거나,집이 그리울 때 집엘 들렀
으며 돈이 떨어지거나 내 몸이 고달플 때, 혹
은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고 느낄 때면 학교 화
장실에서 늘 주책스럽게 양말 빨던 일을 멈추
고 집으로 주섬주섬 옷을 챙겨들고 갔다.
그렇게 지내던 일상이 지속될 때, 어느 날 햇
살이 너무나 따사롭던 어느 날, 프로그램을 짜
다가 아침 해를 맞으며 난 문득 이런 일상을
탈출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아침, 모두들 수업을 위해 학교로 오던
길을 거슬러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다.
서른 여섯 시간 동안 잠을 잤고, 계속 아팠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일상을 탈출하면 이렇게
사람이 힘들어 오는 걸까. 결국 탈출한 일상에
서 난 뭘 얻었을까.
근 마흔 여덟 시간 만에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느 때나 다름없는 일상이었다. 내 나이 스물
하나, 일상을 탈출한 나. 다시 일상으로 되돌
아 온 나는 늘 그렇듯이 똑같은 일을 위해 자
리에 앉았고, 그 자리에서 늘 그렇듯이 똑같은
생각을 했고, 늘 그렇듯이 똑같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다만, 바뀐 것이라면, 예전 내가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기 시작했다는 것과
내게 남겨진 것이 내가 이미 행한 것보다 많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