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밥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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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82 Vote: 1 )

지금 120W의 사운드로 배나온 헤비메틀 그룹 VAN HALEN의
'Not Enough'를 듣고 있어~
깎기 귀찮은 메론은 뒷 '대가리'를 따서
숟가락으로 퍽퍽 퍼 먹고 있고~

밥통에서는 밥이 되고 있단다~
본 사람은 몇 안 되지만 그 신비로운
초록색 밥을 버리고 깨끗이 밥통을 씻었거든~ ^^
그리곤 쌀을 넣고 물을 손등에 어른거리게 잡은 담에
'취사' 버튼을 눌렀지~ ^^
(나날이 살림실력이 늘고 있는 듯 해~ *^^*)

앗! 근데 밥이 말을 하는 거야!
자~ 우리 모라고 하는지 잘 들어보자~ ^^

경고 : 평소 추위에 덜고 있거나 감기, 몸살로 고생 중이신 분은
결코 다음의 글을 읽지 마시오.
얼어 죽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필자, 본인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

밥 : 아처야~ 아처야~

나 : 앗! 밥이 말을 하네~ 어머 신기해라~

밥 : 푸하하~ 난 '밥'팅 성훈의 전생이야~ ^^

나 : 아하~ 그래서 말끝마다 색기가 넘쳐 흐르는구나~

밥 : 근데 말이야~

나 : 응?

밥 : 넌 내가 맛있는 밥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

나 : 응~ ^^ 넌 틀림없이 맛있는 밥이 될꺼야~

밥 : 기대하지마. --;

나 : 엇! 왜?

밥 : 난 네게 기대를 주고 싶지 않아.
항상 사람들은 내게 기대를 했어.
'넌 틀림없이 훌륭한 밥이 될거다', '넌 맛있는 밥일꺼야'...
하지만 난 그런 기대가 너무도 싫었어.

나 : 으응...

밥 : 난 맛있고, 탱탱한 밥이 되기 이전에 내 본연의 쌀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거든.

나 : 으응...

밥 : 사랑을 말할 때 조건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하지만 무엇이 조건이고, 무엇이 조건이 아닐까?
우연하게도 난 오늘 밥통으로 들어가는 길에 그걸 내내 생각했단다~

나 : 응... 글쎄 난 잘 모르겠는걸~
조건이라 한다면 니가 얼마나 좋은 농가에서 태어났고,
얼마나 많이 고개를 숙였으며, 얼마나 모습이 멋있는지 이런 것들이 아닐까?

밥 : 그래. 나도 조금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말야~ 소위 말해지는 성격말야.
단지 그것만이 조건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나 : 글쎄...

밥 : 난 한 쌀 자신을 생각했어.
만약 그 쌀의 성격만이 중요하다면 말야~
그 외의 것들로 호감을 느끼는 것은 조건에 얽매이는 행동일까?

나 : 글쎄...

밥 : 난 성격만이 다는 아닌 것 같다란 결론을 내렸어.
그 쌀 자체를 바라볼 때, 성격 이외에도 많은 부분이 그를 이루고 있잖아.
난 그런 모든 것들이 다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린거야.

나 : 응~ 그럴 수도 있겠네~

밥 : 그래~ 그렇다면 미래의 모습도, 또 현재 미래를 향한 모습도
무척이나 중요할 수 있겠지.

나 : 응~

밥 : 그럼에도 처음 내가 기대를 주지 않은 채
현재 내 쌀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다고 한 것은 분명 모순일꺼야.

나 : 으응...

밥 : 그렇지만 내 심정은 그런 걸...
나도 잘 모르겠어.

나 : 으응...

밥 : 난 내가 맛없는 밥이 됨으로써 내게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
차라리 기대가 없다면 실망도 없겠지.

나 : 그런 너무 비겁하지 않을까?

밥 : 비겁?

나 : 응. 먼저 겁먹고 꼬리를 내리는 것 같잖아.
난 진정 용기와 자신을 갖고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비록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싸우는 모습은 멋있잖니~

밥 : 응. 그건 그래.
그렇지만 말야.
난 항상 한 지프를 생각한단다.
겉으로는 무척이나 허름하고 별 쓸 모 없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많은 뛰어난 기능을 갖고 있는 지프...
난 그걸 항상 생각해.

나 : 그게 무슨 얘기야?

밥 : 아무도 그 지프가 좋은 차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 거야.
하지만 사실은 무척이나 좋은 차인걸~
그렇게 내재되어 있는 능력...
굳이 알리려 하지 않은 채 혼자만이 갖고 있는 힘...
난 그걸 동경해...

나 : 아~ 그렇구나~

밥 : 부디 내게 섣부른 기대는 하지 말아줘.
나 역시 맛있는 밥이 되고 싶으니까 말이야.
나 스스로도 항상 노력하고, 힘쓸테니까 말이야.

나 : 응~ 그래~
널 한 번 믿어볼께~

밥 : 그래. 고마워.

나 : *^^*

밥 : 앗! 벌써 밥이 다 됐나보다~
자~ 한 번 먹어봐~
내가 얼마나 맛있는지~ ^^

나 : 후르르 쩝쩝~ 후르르 쩝쩝~

밥 : ^^

나 : 우와~ 정말 맛있는 걸~ ^^
그래~ 이제부터 널 그냥 바라보며 믿어볼께.
내 믿음 저버리지 말고 힘껏 노력해줘~

밥 : 그래~ 고마워~

--;
이상 저와 밥과의 대화를 마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서 추위를 견디셨다면
제가 친히 박수를 크게 쳐 드리죠. 푸하하~ --;


3672/0230 건아처


본문 내용은 10,15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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