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정령/퍼온글]슬픈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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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퍼옴/슬픔] 배유정의 영화음악에서...
올린이 : 사랑하오(이성호 ) 97/10/08 15:50 읽음 : 139 관련자료 없음


사실 전 "배유정의 영화음악" 애청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펜을 든 이유는
"내가 꾸미는 영화음악"을 꼭 해보고 싶어하던 어떤 사람을 대신해서
제가 대신 펜을 들었습니다.
그게 그 사람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 같아서 입니다.
그와는 정확히 6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또 그를 보내면서 저 혼자 한 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배경음악 - 영화 "사랑과 영혼"의 메인 테마)

"사랑과 영혼".
이 영화는 지금에서야 더더욱 절실해져 오는 영화입니다.
비디오방에서 볼 당시에는 참 아름다운 영화라는 느낌과 함께
"나도 한 번 저런 사랑을 해봤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
아마도 이 소망이 이 영화에 대한 제 느낌의 대부분이었어요.
그 땐 제 옆에 있던 다섯 명의 선배중 한 사람이었던 그가
제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영혼인 그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더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말입니다.

음악 : 영화 "사랑과 영혼"중에서
"Righteous Brothers"의 "Unchained Melody"

(배경음악 - 영화 "씨네마 천국"중에서 "토토와 알프레도")

제가 대학을 입학하고 나서
아무 것도 몰랐던 제게 백마 탄 기사처럼 나타난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너무나 말이 없었던 사람.
하지만 너무나 따듯했던 사람.
항상 사과를 한아름 사다주던 사람.
그와 본 영화들은 거의 제가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와 보았던 영화 중에 유일하게 계속 웃으면서 보았던 영화,
씨스터 액트 2.
우피 골드버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거기에 매료되어 배꼽이 빠져라 웃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슬픈 영화만 봐서 우리가 이렇게 되었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영화관을 나와서도 계속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그는 항상 그렇게 웃고 살라면서 그 영화음악 CD를 사주었지요.
그런데 몰래 사려해서인지 2편이 아닌 1편으로 사왔더군요.
우리는 그렇게 웃으면서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그 몇백 배가 더 힘들리라는 걸 모르면서 말입니다.

음악 : 영화 "씨스터 액트 2"중에서 "O Happy Day!"

(배경음악 - 영화 "디어 헌터"중에서 "Cavatina")

세 번째 영화 "파리 넬리".
이 영화를 보기 1주일 전 그와 너무도 심하게 다퉜습니다.
서로의 생활영역을 더 이상 포기할 수가 없을 때,
바로 그 때였습니다.
무슨 일이건 앞으로는 나서지 않지만 뒤에서 다 처리하는 그런 사람.
그가 그랬습니다.
사람들은 말하죠.
이런 류의 사람이 진짜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매번 항상 그러기만 하는 사람.
오죽하면 그와 술자리를 같이 하면
사람이 얼마가 있던 술값 걱정은 안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그가 제 눈엔 바보 같아 보였고
제가 그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인지 자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린 싸웠고, 아니 제가 일방적으로 화를 냈고
그렇게 1주일이 지난 후였습니다.
아마 일요일로 기억됩니다.
점심을 먹고 우연히 밖을 내다보니 그가 거기에 서있었습니다.
무시하려 애쓰다가 1시간쯤 후에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갔습니다.
대문을 열자마자 그는 제 손을 잡고 무작정 뛰었습니다.
전 영문도 모른 채 차를 탔고 중로의 어느 극장 앞에 왔죠.
그리고 우리는 10분 늦게 영화관에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내가 못 봤으면 어쨌을 거냐"는 물음에
그는 "볼 줄 알았다"고 말했죠.

우린 그렇게 이상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나 봅니다.

음악 : 영화 "파리 넬리"중에서 "울게 하소서"

(배경음악 -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의 메인 테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 영화의 산드라 블록.
순진하고 맑던 그때 그녀의 모습에 저흰 둘 다 푹 빠져버렸습니다.
짝사랑 끝의 진실한 사랑 찾기.
그 얘기를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냈던 영화.
그 영화 끝 장면 즈음 토큰 판매소 안으로 떨어지던 결혼반지.
그 영화를 본 며칠 후, 전 반지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 영화에 나오는 그 모양 그대로의 반지를 말입니다.
그 반지를 끼워주면서 "이 반지 찾느라 시내 금방을 다 뒤졌다"
라는 그의 말에 전 그냥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그때 왜 고맙다는 말을 못했을까요?

음악 :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중에서
"Natalie Cole"의 "This Will Be"

(배경음악 - 영화 "씨네마 천국"중에서)

"My Life".
이 영화를 보면서 전 제일 많이 울었습니다.
손수건이 젖을 정도로 말입니다.
아버지의 정(父情)이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졌던 영화.
그 영화를 보면서 그는 그랬습니다.
"나도 video를 남겨야겠다"고 말입니다.
자기의 잘 생긴 얼굴을 꼭 남겨둬야 한다나요?
그리고 어떤 아빠를 되겠다는 얘기를...
그 말없는 사람이 종일 얘기했었습니다.

음악 : 영화 "마이 라이프"중에서 "Love Theme"

(배경음악 - 영화 "스텔라"중에서)

그와 가장 마지막이 되어버린 "제 8요일".
아마도 이 영화는 제 일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겁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전 아름다운 눈물을 많이도 흘렸습니다.
제 별명이 울보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절 정말 울보로 만들었죠.
특히 빗속에서 한 손에 주소를 들고 친구를 기다리는 한 사람.
또 다시 되돌아가는 한 사람.
또, 옥상에서 초콜렛을 잔뜩 먹고 뛰어내리는 그 두 장면은
아직도 제 가슴을 이상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는
"모처럼 아름다운 영화를 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영화 액자를 샀죠.
그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이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가는
그 장면의 액자를 말입니다.
그 정확히 이틀 후,
"둘이 걷는 게 너무나 멋있어 보인다. 나랑 평생 같이 걷지 않을래?"
라는 그의 음성이 제 호출기에 녹음되었습니다.
그 말을 3년 동안 너무나 기다렸는데
막상 왜 그리 눈물만 나던지.
그 밤은 울면서 보냈습니다.

음악 : 영화 "제 8요일"중에서
"루이스 마리아노"의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어머니"

(배경음악 - 영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중에서)

저희의 시련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감기에 걸려 1주일동안 누워만 있었으니까요.
그는 제 대답을 너무나 기다렸을 텐데 말입니다.
그 1주일동안 전 그의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전화조차 받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참 우습죠?
감기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됐을 때
정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제게도 일어났던 거죠.
교통사고 후 연인의 이별...
이런 내용이 너무나 진부하다고 하면서 전 비웃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제게 일어났던 겁니다.
병원에서 그는 단 하루만 숨을 쉬고는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그 후 한 달 동안을 전 잠만 잤습니다.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혼자 극장에 갔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전 펑펑 울었습니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을 닦지는 않았습니다.
그게 그에 대한 예의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본 영화가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음악 :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중에서 "Des'ree"의 "Kissing You"

(배경음악 - 영화 "사랑과 영혼"의 메인 테마)

그가 항상 말했습니다.
우리가 본 영화가 7편이 되면 편지를 보내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7편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가버렸군요.
유정 언니!
아마도 그가 썼다면 저보다 훨씬 더 잘 썼을 겁니다.
그의 작문 실력은 학교에서도 정평이 나 있으니까요.
또 아마 그가 썼다면 그와 본 여섯 편의 영화에
아마도 같이 보게 됐을 "로미오와 줄리엣"을,
아무리 슬픈 영화라도 재미있게 그려갔겠죠.
영화도 꼭 좋은 것만을 골라 보여주던 그가
오늘 이 밤에는 더더욱 생각이 나는 군요.
곧 개강을 합니다. 4학년이 되어서 말이에요.
그가 없는 학교 - 그 어떤 의미가 있을 까요.
이젠 4시네요.
방금 "배유정의 영화음악"이 끝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요즘엔 그를 대신해서 제가 언니의 "영화음악"을 듣습니다.
그를 대신해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 중에 하나니까요.
아마도 그 사람, 어느 곳에선가 같이 듣고 있겠지요?

*****

방송이 나간 뒤 많은 분들이 반응을 보여주셨고,
어떤 여자 분은 그 편지를 자신에게 줄 수 없겠느냐는 부탁도 해왔습니다.
그리고 방송 나흘 뒤, 편지를 쓴 장본인이 다시 편지를 보내 왔습니다.
무척이나 저를 반갑게 한 이 편지도 함께 올립니다.

*****

유정 언니.
이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기억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이름도 주소도 없는 편지의 사연들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으시고
저희의 얘기를 읽어주셔서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이름은 김현진이라고 합니다. 사는 곳은 묵동이고요.
그사람의 이름은 이상현. 올해 나이는 27.
그는 한강다리를 건너 목동에 살았습니다.
키는 182cm, 몸무게는 70.
큰 두 눈에 유난히 손가락이 예뻤던 사람이에요.

전 이제 4학년이 되고,
그 사람은 예정대로라면 5시간쯤 후 그의 졸업식이죠.
그 졸업식에 저도 가보려 합니다.
그가 그곳에 나타날 것 같아서,
아니 그런 간절한 바램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내일은 졸업식장에 들렀다 그가 뿌려진 강에 가볼까 합니다.
언니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우리의 얘기를 들려주기 위해서요.

부모님들께서 걱정을 너무 많이 하십니다.
그 사람 부모님께서도 제가 위로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절 위로하십니다.
얼마나 죄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의 하루.
그때 그는 제가 옆에 있었다는 걸 알기는 할는지...
아님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고 혼자 보내는 절 원망했을지 모르겠네요.
그사람 친구들, 제 친구들 요즘 절 위로하느라 정신없이 보낸답니다.
그런 일들이 제게는 더더욱 그사람 생각을 나게 한다는 걸 모르나 봅니다.
정말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꿈속에서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군요.

아니, 오늘은 감사의 편지를 드리려 했는데, 제가 다른 말들만 계속했네요.
언니의 목소리로 저희의 얘기들이 읽혀질 때,
그를 위해 뭔가 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가슴이 참 많이도 저렸습니다.
아마 그도 그랬겠지요.
언니. 저희 두사람에게 큰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를 용서할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펜을 들겠습니다.
기다려 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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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