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귓가엔 내가 즐겨듣는 라디오방송(93.1클래식방송)
이 약간의 잡음과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요즘은 이상스레 다른 여느때보다 더 말을 하고 싶어진다.
그냥 아무나 붙들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은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무리 떠올려도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할때가 많다,
누구보다 편지쓰기를 좋아하던 나였다.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그 사람이 선생님이든 여자든 남자든 어른이든 아이든
27장까지 편지를 쓸 정도였다.
작은 편지지 속에 내 얘기를 쓰고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서
보내고.또 의미를 부여하고,..그것을 읽고 나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
상대를 떠올리면 흐뭇하고 또 행복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두툼한 편지지와 내용물(무언가를 자주 같이 첨가해서 보내므로)
때문에 난 늘 내 주소를 쓰지 않았다.주소를 쓰면 내 편지는
분명히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때론 봉투나 편지지를 내 방식대로
만들어서 보낸적도 많기때문에 규격봉투 규정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그런 내가...어느 순간부터인가 편지쓰기를 거부하게 되었다.
답장을 보내야 할곳이 많은데도...그들에게 편지를 써야함을 알면서도
보내지 않는다......
왠지...편지를 쓰면 내 속의 얘기를 다 털어 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날 괴롭게 하였기 때문이다......물론 가벼운 얘기나 형식적인 얘기로
몇자 끄적일수도 있을것이다.하지만 그렇게 하면 내 자신이 그걸 욕납할수
없기에......나 자신을 속일수 없었다....
나를 드러내보이면 초라한 내 모습을 다른 사람이 알까봐...그런 나를 감추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은 말했다,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는거라고....
사람들 틈에서...많이 실망하고...세상이란 것에 대한 내 의식의 변환.
아니 변환이라 하기보다는 그건 일종의 쓴잔이라 해야 하리라......
밤새고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많이..몹시...
그러나.......10년이나 넘게 우정을 쌓은 이에게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아니 그래봤자......라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안다.물론 나도 안다.이런 것들은 나 자신이 감당해야 함을...나 스스로만이
해결할수 있음을.......그리고 이건 나 뿐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이
겪고 있음을....단지 보이지 않을뿐.....
어쩐지 서글퍼진다.....물론 나보다 나이가 더 먹은 사람들은 내가 이런 소릴 하면
건방지다 할지 모른다.그러나...정말 서글프다....세상속에서 내가 세상속의
한 인간으로서 한 여자로서 성인으로서의 나를 구축해 나가는 지금의 모습..
찰흙은 굳어가고 있다...더 이상 어떤 모형을 만들기 위한 구상의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는다.....차가운 바람을 맞이해야 하고 또 나의 모형을 만드어야 한다
안다.이것이 시작임을...내가 지금 느끼는 이 상실감과 고독,그리고 쓸쓸함과 우울함...
그리고...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기계적인 냄새.그리고 끝없이 노젖지 못하고 날개짓을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나의 모습.......이젠 나도 그 곳으로 가야 함을.........
통신이란 곳은 내게 나를 속일수있는 철저한 동굴이었다.
보이지 않는 나를...철저히 감출수 있었다.위장할수 있었다...
무의미....그리고 무가치...
생각,.그리고 생각...누구의 말처럼 그래.난 어쩌면 그냥 쉽게 받아들일수 있는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면 될 문제를 혼자서 복잡하게 더 어렵게 만드는건지도 모른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있는데....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어쩐지...현실이란 곳이,,...내 삶의 방식과 괴리되는 부분이 너무 많은것 같다.
시를 써야 하리...내 시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넘어서야 할 곳이 많다는걸...안다...나 자신은 더 잘 알고 있다.
어쭙지 않은 지식,얄팍한 지식으로 아는척하는 내 가식적인 얼굴을....
쓸어 넘겨야 하리....쓸어 넘겨야 하리...
찾아야 하리...찾아야 하리....
"절대적인 절망속에 놓여지면 희망이 보일수 있다"-니체
요즘 내가 좋아하는 글귀이다.
절망속에 놓여있다는거 그리고 끝없이 생각하고 방황하고 또 고뇌한다는거
내 날개를 쭈욱 뻗어나갈 활주로를 찾고있다는거
그리고 내가 쉴 안식의 공간을 찾고 있다는거
나를 일으킬수 있는건 결국 나 자신임을 안다...
1997년.20살 내 삶은
무척이나 힘겨운 나날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힘겨운 순간들이 많았기에.
나는 오늘도 이렇게 더 힘겨운 순간을 꿋꿋이 받아들일수있다.
우울해 하지 말자.
후후....
늦은 시간에 괜히 궁상떠는 꼬마별이었습니다.
추신:여러분도 우울하시나요?
제가 조만간 시험이 끝나고 나면
이뿐글.그리고 기쁨이 넘치는글을 많이 읽고 찾아서
여러분께 선물해드릴께요
기다려 주세요....
"기쁨이란 작은 완성에서 보다 큰 완성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통로이다.
자기 이외의 어떤 인간이나 사물도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한다.
완전히 <존재하기>위해서는 모든 형태의 <소유>를 포기해야 한다"
----"에릭 프롬"의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