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힘껏 벽을 내리쳐 본다. 내손이 무쇠가 아닌이상 아픔이 느껴진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 손을 어루만져 보살피기 보다는
다시 한번 전번보다 더욱더 강하게 친다.
눈에선 눈물이 핑돌정도의 아픔이지만, 그걸 느끼면서 희열을 느낀다.
무언가를 다짐하듯이 그런 행동들이 반복되어지고
벌벌 떨리는 손을 다시 키보드 위해 걸쳐 놓아 본다.
처음엔 아주 잘 맞아 느껴지지 않을정도의 키보드 덥개는 이젠
군데 군데 더렵혀진 채로 G와 H부분이 떠 있다.
하지만 F와 J의 뚜렷한 촉감은 아직도 느낄수 있다.
그 촉감으로 열개의 손가락이 자기 자릴 잡는다.
1997년 7월 28일 20:07
이미 예전에 CREEP을 내용으로한 글을 작성한바 있지만, 지금 작성코자 하는
글과는 그의미를 달리하고자 한다.
이런 형식의 다른 글들과 같이 이글을 읽을 한사람을 위해 작성함을 부인할수
없다.결코 우연에 의한 검색은 바라지 않는다는것 또한 말하고 싶다.
그렇게 뛰쳐 나오고 싶던 훈련소 생활에서 막상 예전에 내가 항상 해오던 그런
생활을 하고 나니 너무나 어색하고 적응이 되질 않는다.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I DON'T BELONG HERE
모든것이 예전과 같지 않다. 휴가나온후 줄곧 집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거리를 활보해도 여긴 내가 있을곳이 아니란 생각만 들뿐..
6주동안의 생활이 20년간의 생활을 이렇게도 변하게 했단 말인가..
편지를 읽은후 줄곧 CREEP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들었다. 서두에도 거론한바와 같이 전에도 CREEP을 내용으로 글을 작성한바
있다. 입대전에 절망적인 상황..CREEP의 분위기 모든것이 비슷하였다.
CREEP의 YOU는 이젠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결국은 이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세계에 적응한 꼴이 되어 버렸다.
어디인가 있을 글의 내용이지만 이곳과의 완전한 두절을 못하게 하는 이유는
닭살 돋는 우정의 추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용민의 말대로 부시시한 니얼굴이 보고 싶어지니 말이다.
내일 모래면 나는 내가 새로 적응한 다른 곳으로 떠난다.
너도 군입대를 하면 3년간쯤은 볼수 없겠지..
내 짐작이지만 언젠가 말했던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있는듯한데..
이번은 가슴벅찬 감동을 꼭 느끼고 오길 바란다.
난 벌써 두번씩이나 그런 감동을 느꼈다..
너의 편지를 받고, 수료식후 부임지로 떠날때 6주간 같이 피땀흘려 고생한
동기의 손을 붙잡고....
예전에 흘렸던 비관적인 약한 눈물이 아니라 가슴터질것 같은 진정한 눈물
이였다.
경험을 중요시 하는 너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난 정말로 소중한 경험을 한것임
에 틀림없다. '천자봉'에서의 안개, 너무나도 밝고 아름다웠던 보름달, 별들.
끝도 없이 많이 흘렸던 땀..비인간적인 대우들..구타..기합..
상대적이란 말이 공감이 간다.
너무나도 먹고싶었던 얼음물 한잔이지만 막상 먹였을때는 별느낌이 없었다.
무척이나 더운날씨에 사격장에서 먹었던 '빙빙바'는 순간 아찔할정도로 맛있
었지만 모든것이 풍부한 이곳에서의 '빙빙바'는 한낱 수많은 아이스크림중에
한가지 일뿐이였다.
20000번이 훨씬 넘어버린 너무도 소중한 칼사사 게시판에
CREEP이란 단어로 검색이 안된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사실이다.
CREEP은 마지막 우리의 추억이 남긴 음악인데 말이다.
CREEP(쓰레기)
WHEN YOU WERE HERE BEFORE 예전에 네가 여기 있었을 때
COULDN'T LOOK YOU IN THE EYES 난 네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지
YOU'RE JUST LIKE AN ANGEL 넌 천사같고
YOUR SKIN MAKES ME CRY 네 피부는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워
YOU FLOAT LIKE A FEATHER
IN A BEAUTIFUL WORLD 넌 아름다운 세상에 떠도는 가벼운 깃털같아
I WISH I WAS SPECIAL 내가 특별한 존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YOU'RE SO FUCKING SPECIAL 넌 너무도 특별한데
BUT I'M A CREEP 하지만 난 쓰레기고
I'M A WEIRDO 섞이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일 뿐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빌어먹을,도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I DON'T BELONG HERE 난 여기 속하지 못하는데
I DON'T CARE IF IT HURTS 기분이 상한대도 어쩔 수 없어
I WANNA HAVE CONTROL 난 자제력을 갖고 싶고
I WANT A PERFECT BODY 완벽한 몸을 갖고 싶고
I WANT A PERFECT SOUL 완벽한 영혼을 갖고 싶어
I WANT YOU TO NOTICE
WHEN I'M NOT AROUND 내가 여기서 없어지면 네가 그걸 알아주었으면 해
YOU'RE SO FUCKING SPECIAL 넌 너무도 특별해
I WISH I WAS SPECIAL 나도 특별한 존재였으면 좋겠는데
SHE'S RUNNING OUT AGAIN 그녀는 또 밖으로 달려나가 버린다
SHE'S RUNNING OUT... 밖으로...
WHATEVER MAKES YOU HAPPY 널 행복하게하는 것이 무엇이든
WHATEVER YOU WANT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
YOU'RE SO FUCKING SPECIAL 너는 너무나 특별한 존재
I WISH I WAS SPECIAL 나도 특별한 존재였으면...
BUT I'M A CREEP 하지만 어차피 난 쓰레기고
I'M A WEIRDO 아웃사이더일 뿐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도대체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I DON'T BELONG HERE 난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데
I DON'T BELONG HERE...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데...
너무도 아름다운 가사...
I WANT YOU TO NOTICE WHEN I'M NOT AROUND
마지막으로 서로가 공감이 갔던 음악은 바로 이 CREEP이다.
암울하고 절망적인 분위기 가운데 울부짖는 보컬의 음성은
가슴의 파장을 만들어 내곤 한다.
너무도 아름다운 대화...
떠난 후에 그 가치를 안다
지금은 떠난 친구들인 성훈, 용민, 정준과 함께
철원에서 고생했던 순간들이 아련히 스쳐 지나친다.
당시 우리는 SBS 드라마인 '임꺽정'에 보조출연하고 있었고,
형편없는 임금과 허술한 대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의미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절로 웃음짓게 하는 아름다운 기억들을
난 아직 너무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또한 영원히 그럴 것이다.
1997년 3월 6일은 성훈의 스무살이 되는 생일날이었다.
그 때 용민과 정준, 그리고 나는 용인의 한 공장에서
밤을 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성훈은 자살을 기도하고 있었다.
용인의 우리는 그 짧은 휴식시간에 함께 담배를 피며
모두들 자고 있을 한밤중의 공기에 가슴 벅차했고,
성훈은 자신의 방에 약물과다복용으로 쓰러져가고 있었다.
CREEP
안 어울리는 가사지만 이상하게도 이 음악엔 그들과의 추억이 담겨져있다.
지난 9월 9일 서태지와아이들의 'Good Bye'를 멘트로 깔고 집을 나서며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음악을 바꾸지 않겠다고 결심했듯이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CREEP은 바꿀 생각이 없다.
네 명 중 나만 살아남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몇 개월 안 남았다.
언젠가 말했듯이 밤은 진정 사람을 감정적으로 만든다.
3672/0230 건아처
<EPILOG>
비록 그가 우연에 의해 그 글이 검색되기를 바라진 않았으나
감히 내 마음대로 이렇게 공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