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98년 4월 6일은
어느새 벌써 우리 눈 앞에 다가와 있더구나.
벌써 20일이 흐르고 말았다니... 젠장.
다시는 결코 '성훈을 보내며...'를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야.
휴우...
마포경찰서 유치장에서 철장을 사이에 두고 재회를 했던 것이
지난 97년 7월 말이었으니 근 8개월만이었지?
우리 매일 같이 '참 널널하군'을 외쳤긴 했지만
이제 다 흘러보내고 나니
그래도 꽤 즐겁고, 보람되게 보낸 것 같아 그나마 위안이 돼.
아마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그 20일간의 이야기들을 말이야.
그 시절처럼 죽음을 각오하며 술을 마시기도 해 보고,
밤비 내리는 밤길을 마음껏 방황하기도 해 보고,
뻗은 길이기에 쭉 걷다 피곤하면 길거리에서 자고, 또 일어나 걷기도 해 보고,
리듬, 박자 무시한 채 무조건 소리 질러 보고,
택시 타고 요금도 안 낸 채 튀기도 해 보고,
때려부수고, 시비걸고, 달리고, 쓰러지고...
너 없을 때 난 홀로 어떻게 빈둥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아.
이제 나 홀로 어떻게 빈둥되어야 할 지...
후...
이런 걸 '상실감'이라고 말해야 하는 건가봐.
모두들 내 곁에서 떠나가고 있으니 말이야.
이제 들어가면 '지옥훈련'이 남았겠구나.
그렇지만 니가 처음 지원할 때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잘 버텨내리라 믿어.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을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한철 격정을 이겨낸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이제는 가야할 때.
우리 이제는 그랬잖아.
이별에 당당할 수 있다고.
아직 많은 미련이 남겠고, 또 많은 걱정이 앞서겠지만
네가 택한 길, 후회 없이 잘 버티리라 믿어.
조금은 달라져 있겠지만 세상과 영원한 이별은 아닐꺼야.
네가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틀림없이 너를 반겨줄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구.
갈테면 가버리고, 가야하면 가버리자구.
젠장할,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더러운 것, 그냥 따라주자구.
그게 아름답고, 또 멋있을테니 말이야.
부디 몸 조심하고.
보다 멋진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길 바란다.
소중한 내 친구여...
# 서시 - 신성우
해가 지기 전에 가려했지. 너와 내가 있던 그 언덕 풍경 속에.
자주 키 작은 그 모습으로 세상을 꿈꾸며 그리며 말했던 곳.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소중한 내 친구여.
때론 다투기도 많이 했지. 서로 알 수 없는 오해의 조각들로.
하지만 멋적은 미소만으로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니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
내가 항상 여기 서있을께.
걷다가 지친 니가 나를 볼 수 있게.
저기 저 별위에 그릴 꺼야.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 볼 수 있게.
ps. 난 말이지 내 기록들을
여기 칼사사 게시판에 모조리 남겨왔다고 자부하는데
너와 함께 한 20일 간의 소중한 기록들은
무척이나 누락되어 있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