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희에 대해선지 은희경에 대해선지 명확하진 않지만 어
쨌든 책을 읽고 난 가장 처음 느낌은 질투심이었다. 분명하
게 이유를 달진 못하겠지만 까닭없이 누군가에게 화가 났다.
지금에야 어쩌면 너무 잘난 강진희에게 어쩌면 너무 잘 써낸
은희경에게 내가 질투심을 품고 있나보다, 라고 생각할 뿐이
다.
예전에 이 책을 극찬하는 한 사람과 가까웠던 적이 있었
다. 그 시절 내용을 읽진 않았지만 대강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고 있었기에 다소 불안해했던 기억이 있다. 강진희의 트리
비알, 그게 불안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트라비알을 두려
워했던 내 모습을 기억하면서 아직 멀었구나,란 생각을 했었
다.
강진희의 사고방식에 많은 부분 동의하면서도 세상 모든
여성들이 그렇게 변해 버릴까봐 내가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 시절 난 은희경은 사랑을 모른다,고 비난하기만 했었다.
절대적이면서도 맹목적인 참사랑을 모르기에 그 따위 말을
지껄인다고 은희경을 매도해버렸던 게다. 아직 이 생각이 그
다지 변한 건 아니다. 짝사랑을 해보지 않았기에 순수한 惡
을 말한다는 술 취한 그 아이의 말을 기억한다. 어쩌면 은희
경은 자신의 自暴自棄를 세상과 공유하여 슬픔에 당당해지고
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어쨌든 난 강
진희 같은 여자는 싫다. 그녀가 가볍든 말든 그건 상관이 없
는데 그녀의 지적 충만, 배려할 줄 모르는 그녀가 싫다.
흥미로운 소재로 개성 있게 잘 구성하여 썼기에 깊이 빠졌
었다. 소재로써가 아니라 말투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느꼈었
고, 내가 유일하게 읽었던 은희경의 단편, 아내의 상자,에서
느꼈던 상징 대신 깊이 있는 분석을 새롭게 느꼈었다. 다만
어찌하여 조국이 해방된 날에 적합할 법한 여인들은 다들 실
패로 끝나는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호정처럼 진희 역시 사표를 쓰고 마는 결말이 쓸쓸하다. 그
리고 오발탄도 아니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주인공의 결
말 역시 다소 식상하다.
트라비알을 두려워하는 걸 보면 난 참 순수한 것 같다. 아
님 아직 사랑을 몰라 가득 환상을 품고 있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