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널널한 나머지 5호선을 탔다. 평소같아선 졸거나 지나가는
여인들을 구경하겠지만, 오늘은 책을 펼쳤다. 그책에 특별한 관심
이 있다거나,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한건 아니지만, 빈가방을 가지
고 다니기가 어색해서 굴러다는 책을 집어 넣은것이였다.
그렇게 어느 널널한 월요일 오후 깔끔한 5호선에서의 독서가 시작됐다.
류시화란 시인이 법정스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형식의 책이였다.
사실 야한내용이 전혀 없으리라 예상했기에 시끄러운 지하철안에서
책에 집중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였다.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는말아야 한다.욕망과 필요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욕망은 분수 밖의 바람이고, 필요는 생활의
기본 조건이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당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나에게는 필요와 욕망의 기준 설정에서 부터 혼돈이 온다.
필요에 의해 얻게 되었지만 그건 곧 더큰 욕망을 낳을수 있고,
그렇다면 필요에 따라서만 사는 삶은 있을수가 없지 않은가?
훈련소 시절 나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을 기회가 있었다.
한참 무더웠던 97년 6월 난 지금껏 흘렸던 땀의 양보다 많은
양의 땀을 흘리며, 내선택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그때 먹을수 있었던 '빙빙바'라는 아이스크림은 내가 맛보았던
어떠한 아이스크림보다 맛있었다.
너무짜릿한 단맛에 아찔했을 정도 였으니..
하지만 휴가를 나와 자유로와 진후엔 그깟 '빙빙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