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부에서 나는 아파트 강도로 나온다. 강도 당한 집은 아줌마, 파출부,
그리고 누군지 모르겠다, 셋이다. 아줌마에 대한 연상은 평소에 내가 공격
적이고 허영기 많은 아줌마들로부터 받는 이미지다. 내 마음의 어떤 부분
인데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 집을 턴다. 사람을 죽이진 않고 예를 들면 먹을 걸 먹이게 한다
거나 비굴한 일을 시킨다, 마치 내가 억압당했던 것처럼. 도망간다. 아파
트 관리 사무소 옆에 어느 집시 무당 같은 사람의 텐트가 있다. 이 여자는
내가 아는 여자다. 엄마가 연상된다. 그가 나를 숨겨준다. 엉성하지만 경
찰들의 수색에서 그 덕분에 벗어났다.
도피해서 서울 용현이의 원룸으로 간다. 우리집 목욕 시설이 불편하고
춥기 때문에 깨끗한 집에서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화장실이다. 그의 집
은 생각만큼 깨끗한데 화장실에 dong 덩어리가 뒹굴고 있다. 실망해서
용현이를 구박하고 청소하게 한다. 그의 랩 생활이 어떤지 내가 물어본
다.
그의 랩 생활에 나왔던 건, 지도교수, 계장, 예천 선배, ㅤ엑스트라였다.
계장은 황수관이 연상된다. 그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지위에 있지만, 사실
거기 있을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계장은 약해 보이고 동정심을 유발한다.
예천 선배는 남현이 형을 연상한다. 그가 말한 것이 옳지만 그는 여느 사
람들처럼 애정없이 충고만 강요해 와서 굽히기 싫었다.
마지막 깨기 전엔 영주에서 현석이를 만난다. 현석이가 왜 정신의학을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 항상 내 꿈속의 현석이는, 모범적인 사람으로
나란히 나와 나를 비판하는 역할을 했는데 오늘은 잘 모르겠다. 나는
좀 머뭇거렸던 것 같다. 꾸다 깨다 하면서 그랬는지 내가 아직 나 자신
을 완전히 믿지는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석이가 내게 너한테 무
슨 책이 있는지 전화로 묻는다. 그런데, 그런 책은 없다, 원래가 없다.
이날 현석이가 물어본 건 최초로 엉성한 내용이었다. 꿈 속에서 Let it be
의 렛 대신 욕 이라고 바꾼 말을 현석이가 전화를 통해 중얼거리는데 깼
다. 현석이가 전처럼 위압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