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꼭같았어. 을지로 4가에서 2호선을 갈아타는
그 중간에서 문득 97년 겨울 어느날이 떠오르는건
정말 우연이었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어느날 지갑을 열어봤더니 전화카드가 꽂혀있는것처럼
그렇게 문득 생각이 났어.
아무런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래서 날짜조차 기억이 나지않는 겨울 어느날일 뿐인데도
그 기억때문에 나는 한참동안이나 홀로 웃었어.
피식.....피식.....
그리곤 이상하게 날 보는 두여자의 시선을 의식했지.
추억이란 그런건가봐
잊은듯이..없는듯이 숨어있다가
몇년이 훌쩍 지나버린 오늘 불쑥 나타나 나를 기쁘게 해주는것
조그만 따스함을 줄 수 있는것. 그런것.
그리고 지금의 삶을 복선에 더하여 풍요하게 꾸며주는것.
우리의 과거는 현재에 덧붙여서
어떤 모양으로 바꿔놓은채.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어제부터 ...
봄냄새가 느껴진다.
그리곤 고등학생의 기분이 되어버려. 아주 잠깐.
아무일도 아닌데 나에겐 아주 큰 재산이라면.
조그만 일들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끝도없이 퍼져가지만
오늘은 꽤나 우연한 만남이 잦았다.
우연은 언제나처럼 너무나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서 그 기억의 떠올림이 더욱 나를 추억으로 묶어놓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