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소풍을 갔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봤다.
엄마의 치자꽃
성균관대 들어가서 잠깐 둘러보고
애들을 집에 보내곤
선생님들이랑 점심 먹고 헤어졌다.
친한 몇명과 스타샷 찍고 차마시고 노래방갔다.
학생인 것처럼 즐거워했다.
참 오랜만이다.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웃게 된 것.
내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임에도
나는 나름대로 행복하다.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동안
나는 또다른 내가 된다.
내 안에 있던, 미처 내가 몰랐던 사람.
알게 된건 대학 1학년때인데
이제서야 얼굴을 똑바로 봤다.
참 낯설고, 참 묘했다.
이렇게 생긴 친구구나..하고.
5년 반쯤을 만났는데 이제야 녀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되었다.
참..미칠 노릇이다.
나에겐 그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
어떤 존재가 되어주길 기대할 자격이 없다.
무의식중에 그가 압박감을 느꼈다는건
나로선, 참 경악할 노릇이다.
미안하다 못해 화가 난다.
이 상황 모두.
예전에 그사람이 그랬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있어
끝이란 건 없다고.
그저 과정만 존재할 뿐이라고.
우리는 이제 제각각의 사람이 되었는데
난 아직 그와 함께 살고 있다.
혹시, 내 생일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눈이 내리면 함께했던 순간을 떠올리지 않을까.
많이 미워할까.
많이 아팠을까.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까.
아직도 나는 그를 품고 있다.
친구가 이별도 사랑하는 과정이라는 얘길
한적이 있다.
내게 있어
이별은
다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