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에서 버스를 타고 오면서 난 과속으로 질주하는, 왕복 10차선
도로를 과속으로 질주해나가는 버스 좌석 한 켠에서 덜컹거리는내
속을 가다듬으며 눈을 꼭 감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이 버스가그
대로 뒤집혀 버리길 바랬다. 차라리 이 수많은 걱정 속에서 뒤집
히는 건 내 속 뿐이 아니라 이 버스 전체가 송두리째 뒤집혀 버리
길 바랬다. 함께 탄 승객들에겐 미안하지만 버스 안의 사람 중 나
만 죽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허무한 세상..
난 오늘 내가 동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동하는 장소 곳곳마다
내가 사람을 보고 느낀 건, 저 사람은 단지 나의 욕망을 충족시
켜줄 수 있는-어떠한 욕망이냐고 구체적으로 묻지 말아줬으면 한
다-한 도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이렇게 가면
을 쓰고 위선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겉으로 점쟎을 빼는 속물이며
결국 나는 하나의 동물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순수... 웃긴다. 순수.. 내가 방학동안 노력했던 순수는 단지 이
런 것을 가리기 위한 수단을 위한 순수였단 말인가.
순수.. 이제 난 순수를 믿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차
라리 이 같은 삶에서 동물적인 삶을 영위하느니 그런 나의 동물
적인 행동이 늘어만 간다면 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날 이
촌역에서 내려 동호대교까지 걸어가서 동호대교 아래로 몸을 던
지리라고. 이제 나에게 남은 한 가지 일은, 그런 동물적 생각을
영원히 가린채 내 삶을 더 위선에 가득차게 만드는 일뿐이다.
일만 열심히 하는 척하면서 나의 동물적 삶을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