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사사 게시판』 27007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52 도시에서의 사랑
올린이:achor (권아처 ) 98/01/10 00:53 읽음: 3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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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의 사랑 <베스트극장> (로맹가리의 벽 모티브), 김광식, MBC, 1998
<프롤로그>
1
사실 1997년의 목표량 50을 어거지로 채운 이후
1998년은 특별한 계획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좋은 삽질도 자주 하면 삽이 다는 법!
그리하여 썰렁한 '문화일기'는 왠만하면 자제하려 했으나
너무나도 명작이었다. 그래서 참을 수가 없었던 게다.
2
아침에 신문을 쭉 살폈다.
난 종합지든, 경제신문이든, 또 스포츠신문이든
될 수 있는 한 같은 날의 신문이라도
많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 어느 신문의 'TV Program'이나 'TV HighLight'를 보더라도
흥미를 끌만한 프로가 하나도 없었다.
그리하여 저녁에 TV 보기는 여느 날처럼 포기하고
통신이나 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말 우연하게도 TV를 켰는데
'베스트극장'을 한다는 것이었다.
언제나처럼 마땅히 할 일도 없기에
그 전부터 인식이 좋게 남아있던
'베스트극장'이나 보기로 결심하였다.
부디 좋은 작품이기를 기대하면서...
<감상>
처음부터 드라마는 나를 압도해 나갔다.
제목부터 관심을 끄는 '도시에서의 사랑',
그리고
주인공인 건우의 독백처럼 화면 아래 자막으로 처리해 나가는 수법...
보통의 신참 연출같지는 않았다.
그리곤 낯익은 얼굴, 심혜진의 등장!
난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이런 단편에서는 그리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을 기용하지 않았던가!
드라마를 보면서 난 '중경삼림'을 생각했다.
그 고독하고 단절된 주인공들의 모습과
지하철 역이 보이는 낡은 아파트.
현대의 도시인들의 생활을 말할 때면
술, 마약, 그리고 섹스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나 보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도
무언가 결핍되고, 또 부족하게 느껴지는
도시인들의 삶...
그것은 외롭고, 소외당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다.
12월 21일부터 12월 25일, 5일간의 건우(김상종)라는
주인공의 도시에서의 사랑 얘기인데
주인공은 옆 집에 사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나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한다.
그러나 드디어 결심하고 24일 찾아갔을 때 그녀는 침묵했고,
25일 아침 그녀는 약물과용으로 인해 죽은 채로 발견된다.
담담하게 도시의 모습을 잘 그려낸 것 같았다.
그렇게 현대 도시의 젊은이들은
더 발전된 환경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전부인 것만 같았던 남자가 떠나갔을 때
지혜/진희는 마땅히 살아갈 이유가 없었던 게다.
'꽃을 든 남자'의 감독이었던 황인뢰 PD의
1년만의 복귀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김혜수나 조용원 등이
까메로로 출연하여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화면 연출은 어느 영화 못지 않게 잘 된 것 같다.
특히 지하철 문이 닫히는 사이로 고독하게 서있는 지혜의 모습이나
기둥을 크게 사이에 두고 건우, 지혜가 갈라져 서있으나
서로 단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단절된 모습이 뇌리에 남는다.
심혜진은 연기하기에 조금은 더 편했을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대사는 안 외워도 됐으니 말이다. 푸히~ ^^
언제쯤 그녀의 말이 나올까 내심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라마 끝에서나 드러나는 전화대화를 제외한다면
'고맙습니다'가 고작이었으니...
보고난 느낌이라면
가슴 속이 회색빛이 되었다고나 할까...
왠지 탁하고 텁수룩한 그런 도시의 느낌이 남아있다.
어쨌든 오랜만에 참 관심을 끈 드라마였다.
<에필로그>
내 미래의 도시에서의 삶을 생각해 봤다.
과연 난 어떻게 그 탁한 도시를 살아가고 있을지...
3-52-1-(2)-027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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