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외출할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서점에 들렸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란 시집을 다시 읽어볼 요량으로 찾았으나
10년도 더 된 그 옛 시집을 이제서야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나 보다.
결국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온다.
책을 찾던 중에 일본인 작가들의 코너를 발견했고,
추억의 이름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하루키며, 류며, 바나나며...
한때는 정말 좋아했던 작가들이 아니던가.
내 관심이 그들로부터 멀어진 이후
그들은 어떤 책을 썼을 지 유심히 살펴봤지만
역시 하루키는 다작 작가는 아닌가 보다.
류는 애초에 고만고만한 소설을 많이 써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모르겠다.
대충 살펴보다 이내 발길을 돌려버린다.
그들은 내 대학시절과 연결되어 있는 고리다.
그들을 바라볼 때면 학교의 구석진 정자에 올라
대자로 드러누워 홀로 책 읽던 기억들이 너무도 생생해 진다.
산록은 우거지고, 산새는 지저귀는 숲 속에서 홀로 책읽다가
졸리면 잠시 졸기도 하고, 배고프면 가져온 군것질 거리로 요기도 했던 그 시절은
내 푸르른 청춘이었다.
그 시절 내 삶엔 문화가 있었던 것 같다.
학교도 가지 않은 채로 두문불출 하루종일 비디오만 보기도 했고,
지금과는 달리 이런저런 댄스가수들의 새로운 음악에도 밝았던 시절이다.
시험기간에도 가지 않던 도서관을 찾아가 밤새 소설 한 편 읽고,
흡연이 금지된 휴게실에서 몰래 담배 한 대와 커피 한 잔 나누며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 주고 받던 그 기억들은
지금에 와서 너무도 그립기만 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기억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
결국 나는 발길을 돌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문제는 다시 나이로 귀결된다.
모든 원초적인 원인은 서른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서른이지만
나는 좀더 느긋하게 살아가고 싶은데
서른은 그러한 삶의 여유를 부정하는 것만 같은 게 내 괴리감이다.
그나저나 다음에 다시 서점을 찾는다면
이번에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란 책을 구해 다시 읽어봐야겠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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