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후에... (2010-03-08)

Writer  
   achor ( Hit: 2969 Vote: 9 )
Homepage      http://empire.achor.net
BID      개인

achor Empire 개편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컨텐츠 보강 측면에서 새로운 회사 이야기 좀 해보려던 것이
입사 후 꽤 많은 시간이 흘러 있다.

퇴근 후 잠깐잠깐 시간을 내다 보니 개편이 많이 늦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회사일이 빡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어제,
갑작스레 아처웹스. 시절부터 함께 해온 모니터 패널이 뻑가버렸다.
오늘 좋은 놈으로 새로 구매를 하긴 했지만
내일이나 돼야 도착할 듯 싶고,
이미 갖고 있던 여분의 모니터는 결혼한 이후 다 버려버린 터.

넷북으로 이렇게 끄적대고는 있지만
코딩하기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홈페이지 개편은 아직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회사 이야기 좀 풀어보자.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역시 조직문화라는 게 천차만별이라는 점이겠다.

과거 TOL은 꽤나 선진적인 분위기였음을 깨닫는다.
상대적으로 직급에 따른 위계감이 덜 했고,
의복이나 분위기, 심지어 밥 먹는 일조차도 선진적이었다.

이곳 HCS는 구시대적인 면이 없잖아 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HMC와 함께 일하고 있는 우리 실이 특히 그렇긴 하다던데
이른바 군대식 상명하달 문화에 여권도 저 아래 있는 편이다.
상하간의 위계질서도 철두철미 하고,
줄무늬 안 돼, 짙은 색 안 돼, 남방 안 돼... 의복에 대한 제한도 상당하다.
대신 연장자와 밥을 먹게 된다면 계산은 연장자 몫이라는 게 아직은 장점.

또한 TOL에서는 회의나 문서작업을 최소화 하고 빠른 실행과 결과 도출을 추구하였다면
이곳은 엄청난 회의와 엄청난 문서작업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빠른 결과물을 요구한다.
곧 실무는 전적으로 야근의 몫이 된다.

가장 최악은 시간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입사 후 정해진 퇴근시간을 파악하는 데까지 여러 명에게 물어봐야만 했다.
그럴만큼 야근이 일상적이다.

그런 건 뭐 참을만도 하지만
점심시간에 회의를 시작하는 것만큼은 나를 실로 고통스럽게 했다.
스무 살 이후 쭉 유지해온 시에스타 아니던가.
빨리 점심을 먹곤 잠시나마 눈을 붙이는 일은 내게 매우 소중한 일과였다.
그렇지만 점심시간 내내 회의를 하고,
끝나기 직전에 잠깐 지하식당에 내려가 밥 먹고 올라와 다시 일하는 일정 속에서는
도무지 눈 붙일 시간을 찾을 수 없었다.
이는 초창기 나를 오후시간이면 내내 거의 시체로 지내게 한 원인이기도 했다.
경력직 신규 입사자가 초장부터 오후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라니. ㅠㅠ


업무적으로는 자동차에 관련한 금융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신차, 중고차의 할부, 리스, 렌트 등 금융을 통한 자동차 매매와
매매상사, 딜러, 제휴사, 제휴직원 등 연관된 각 이해관계자의 R&R을 공부 중이다.

큰 틀에서는 자동차금융의 웹채널 전략을 도출해 내는 것이 내 임무인데
그 과정 속에서 각종 관련 지표들을 관리하고 있고,
계열사인 글로비스와 연계된 중고차 매집, 경매 사업이 현재 내가 투입된 업무다.


몸은 매우 힘들어졌다.
회사에선 그렇게 좋아하던 신문 볼 여유도 없을 정도다.
오전 회의, 오후 회의 하고 나면 저녁이 되어서야 실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TOL에선 전혀 없었던 월요병이 생기려고 할 정도다. ㅠㅠ

그럼에도 많이 배우고는 있다.
컨설팅회사 출신 선임자는 엄청난 수준의 문서를 선보여주고 있고,
우리 실만의 월매출이 조 단위인 거대한 규모의 환경 속에서 굴직굴직한 일들을 곁눈질 하고 있다.
아직은 여로 모로 민폐만 끼치는 정도지만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조직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배우는 것은 또한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뭐랄까, 진짜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여 가족과 잠깐 시간을 나누곤 잠이 드는 일상의 반복.
개인의 취향과 흥미과 관심은 최소화 된 그런 삶.

지난 시간들이 그립기도 하지만
이런 게 삶이겠거니 싶기도 하다.

- achor


본문 내용은 5,37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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