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끄적끄적 56 (1999-01-21)

작성자  
   achor ( Hit: 582 Vote: 2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끄적끄적

『칼사사 게시판』 31174번
 제  목:(아처) 끄적끄적 56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1/21 00:34    읽음: 38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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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주,
          참 오랜만이야. 어디선가 묵묵히 공부하고 있을 것만 같
      았는데 네가 군대라니... 의외야.  의외. ^^ 가끔 네가 떠오
      를 때가 있었어. 조금은  고지식하면서도 잘 못하는 술에 취
      할 때면 누구 못지 않은  사이코적 기질을 선보였던 네 모습
      을 떠올렸었어. 어때? 잘 살고  있는 거야? 그래. 종종 찾아
      오라구. 우리 속에는 아직 네가 있어!

        헌,
          진심으로 가입을 환영함.  새로운 상황에서 얼마나 버티
      는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무척이나 당연하겠지만, 그 적응력
      에 있을 터인데 운 좋게도  너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여 오랫
      동안 함께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래. 내일 봐. ^^*

        1. 가슴

        주위를 보면  여자의 가슴에 크게 신경  쓰는 녀석들이 있
      다. 가슴 큰 여자라도 지나가게 되면 꼭 나를 붙들곤 "저 여
      자 봐 봐"라고 외치는 그들.  그들을 보면 난 어느 소설에서 
      가슴 큰 여자가 말한 고통이  생각난다. "가슴 큰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데요. 남들은 다들 부러워하겠지만 이 큰 가슴으
      로 누워 잠자려 하면 숨이 막혀 질식할 것만 같아요..."

        그렇지만 난 가슴의 크기에 연연하지는 않는 편이다. 믿어
      지지 않겠지만 여자에 도통  관심이 없던 학창시절, 내 유일
      한 성욕이라면 여자의 가슴을  만져 보고픈 것이었다. 그 시
      절 느낄 만한 순수한 키스도, 성인에 대한 동경의 섹스도 아
      닌 단순한 가슴 만지기! -_-;;

        참 푹신푹신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스폰치처럼 푹
      신한 것들을 만지면 기분이  좋지 않은가? 난 그런 기분으로 
      여자의 가슴을 만져 보고 싶어했다. 이것조차 성욕이라 말해
      야 하는 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남자들의 입을 통해 여자의 가슴 크기 얘기가 나오
      면 난 앞서 말했던 그  소설 속의 여인을 떠올리면서 오늘도 
      열심히 가슴 크기 늘리기에 열중하고 있을 세상 많은 여인들
      을 떠올려 본다.

        가슴 작은 여인들이여! 내게 오라! 허허. ^^;;
        ps. 가슴 큰 여인도 환영함. --;;

        2.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

        쪽지를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보면  [이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물
      론 이야기는 자연스럽다. 어색함도, 두려움도, 떨림도 없다. 
      그런데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만 같은 막연한 느낌, 그런 
      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긴 하다. 그저 술이
      나 한 잔 하자고 말을 건네며  슬쩍 만나 볼 수도 있는 일이
      니. 그렇지만 어쩐지 그러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건 좋은 기억은 그 상태로 남겨 두고픈 기분과도 비슷한 
      것일 게다.  지난 시간 속에서 아름다운  만남으로 기억되는 
      사람을 다시  만나 굳이 새로운 기억을  첨가하고 싶지는 않
      은, 소중한 것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그런 거 말이다.

        그러기에 아마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만 같은 사람과 쪽
      지를 나눌 때면 난 씁쓸한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3. 방치차량

        방치차량이라는 게 있다. 차량 소유주가 어찌할 줄을 몰라 
      그대로 놓아둔 상태의 차량,  그런 걸 방치차량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인 단어.

        난 그 차주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세상 모
      든 일이 다 어떻게 처리해야겠다고  쉽게 결정 내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냥 모든 걸 내버려둔  채 방치하고플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을 때, 문제를 포기해 
      버리고 싶거나 문제로부터 도피해 버리고 싶을 때.

        물론 이렇게 하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전혀 도
      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업무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삶에 있어서도... 문제를 그저 
      내버려두고 싶을 때가 있다...










        4. 머리카락

        만나기로 한 친구가 오지  않았다. 이제 곧 도착한다는 전
      화가 오기 시작한 지가 벌써  1시간. 추워진 날씨 속에서 이
      번 지하철에는 오겠지...하며 기다려 본다.
        그러나 여전히 무심한 지하철...

        그러고 보면 내가 지각을 자주  하여 약속을 잘 지키지 못
      하는 만큼이나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지각을 잘 기다려 주
      는 것도 같다.

        과거 널널하던 시절에는 기다림에  더욱 막강하여 별 생각
      없이 언젠간 오겠지...하는 마음으로 평온할 수 있었는데 시
      간은 가고 있고,  벌써 담배 한 갑을 거의 다  소모한 듯 할 
      때, 그 땐 사실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아이가 예전에  나를 2시간 기다렸던 일을 생
      각하며 묵묵히 참아 냈다. 나 역시 알고 있다. 2시간을 기다
      리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를. 2시간동안 서점에서 기
      웃거리던 그 아이에게 그 날  적절히 보상해 주지 못한 기억
      에 미안한 감이 들기도  했다. 그리하여 난 느지막이 친구가 
      도착했을 때 슬며시 웃어 줄 수 있었다.

        벤치에 앉아 여전히 친구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난 내 옷에
      서 한가락 긴 머리카락을  발견해 냈다. 이렇게 긴 머리카락
      이라니... 이건 분명 여자의 머리카락일텐데...

        가만히 앉아 난 이게  누구의 것일까 하며 궁상을 해봤다. 
      그 외에는 담배 피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으므로. 그렇지만 
      난 의심 가는 그 어떤  여자도 찾아낼 수 없었다. 최근 절제
      된 생활로 인해 여자는 전혀 만나지 않았으며, 아, 만났다면 
      그 지난 번 내 친구의  애인, 만약 그 친구의 애인이라면 그
      녀의 머리카락이 내 옷에 묻어 있을 턱이 없었다.

        어떤 여자의 머리카락일까...
        왠지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향기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나를 그 추위 속에서 떨게 한 그 친구는...

        다름 아닌 이/창/진/
        개새끼! 주금이야! 주금! --;

        5. 이별

        며칠 전 끄적끄적 54, 55을 통해 이야기했던 그 친구의 이
      야기.

        그 친구의 인생은 참으로  간결하다. 한 여자를 만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를 주어 버리는 관계가  되었다가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별을 해 버렸으니. 굵고 짧게!

        이럴 경우  보통 남자가 차 버렸을  거라고 생각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은 그와  정 반대였다. 그 친구의 애
      인은 또 다른 그녀의 애인이었던  한 유부남에게 결국 가 버
      렸던 게다. 그래서 내 친구는 무척이나 슬퍼했다.

        과연 그  유부남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내 친구를 차 
      버렸을까? 유부남, 그 이름만으로도 결점이 느껴지는데...

        결국 내 친구는 원래 있었던  그 또 다른 약혼자에게로 돌
      아가 버렸다.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었다. 처음 그대로. 그런 
      것이다.

        뭐 한 여름밤의 꿈을 곁에서 지켜본 느낌이 들었다.
        과연 뭐가 사랑이란 말인가!
        과연 왜 굳이 결혼을 한단 말인가!


                                                            98-9220340 건아처


본문 내용은 9,40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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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