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사사 게시판』 31521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29 여간내기의 영화 교실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2/25 22:32 읽음: 24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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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간내기의 영화 교실, 김동훈, 대경출판, 1996, 평론
제8의 예술로 불리는 영화를 바로 보고 싶었었다. 아무 생
각없이 눈에 보이는 것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가슴속으로 울
컥하는 무언가를 느껴 보고 싶었던 거다.
이 책은 영화를 전혀 모르는 나 같은 초심자를 위한 책이
었다. 작가는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강사였는데 그래서
영화와 문학을 비교, 서술하였다. 난 책을 읽는 내내 영화를
보고픈 욕구에 시달렸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난 영화를 얕잡아 봤었다. 작가
에 비해 감독의 지적 역량이 현저히 떨어질 거란 막연한 선
입관을 갖고 있었고, 난무하는 허리우드물을 영화의 주류로
생각하여 깊이가 떨어지는 순간적이고 감각적인 게 영화의
다 라는 편견 또한 갖고 있었다. 멍청하게도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하여 난 깨달았다. 문학이 내적, 외적
묘사를 통해 상황을 암시하는 것처럼 영화는 장면을 통해 깊
은 사고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그걸 깨닫고 나니 평소 스쳐
지나갔을 법한 장면들이 어떤지 의미 있게 느껴졌다. 이를테
면 이 책을 읽던 중에 보았던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정이
길 한가운데 서 있는 장면이나 긴 통로를 차례차례 불을 끄
며 지나가는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지만 아직 작가나 감독을 난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데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떠벌리기 좋아하는 평론가
들에 의해 높게 칭송되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
론 이에 대한 답변은 이미 Umberto Eco에 의해 듣긴 했지만.
"...상징적 의미 해석에 대한 결론을 독자의 숙제로 남기
고자 한다... 화자는 자기 작품을 해석해서는 안된다. 화자
가 해석하고 들어가는 글은 소설이 아니다. 소설이라는 것은
수많은 해석을 창조해야 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이 어찌 비단 소설의 일일 수만 있으랴.
어쨌든 앞으로 영화를 본다면 보다 충실히 봐야겠다는 생
각을 해본다. 그렇게 열정을 갖고 영화를 대한다면 지난날처
럼 쪽팔리게 극장에서 자는 일은 없겠지. --+
990225 15:00 영화를 보고 싶다. 눈뜬 장님으로서가 아니라 날카로운 비평가로서.
영화는 내 생각만큼 가벼운 게 아니었나 보다.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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