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0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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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327 Vote: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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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저는 본 영화가 별로 없습니다.
이 말은 제가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과 비슷한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그런가 봅니다.
저는 대개의 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하는 것보다는 적게 영화를 좋아하나 봅니다.

최근에 저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꽤 많이 보았습니다.
지난 1996년 독립하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던 시절 이후
가장 많은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그 시절을 능가하기란 더 이상의 제 삶에서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 시절은 아무 걱정 없는 혈기 왕성한 스무살이었고,
저는 아무 하는 일 없이 종일 비디오 4-5편을 보면 되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저는 최근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보았습니다.
기대했던 Memento나 Cube 등도 보았고,
전혀 관심도 없던 재패니메이션도 vluez 덕택에 아주 많이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저는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나 봅니다.
저는 최근 본 영화나 애니메이션 중에서
한국의 자카르타, 미국의 Coyote Ugly, 그리고 일본의 바람의 검심 추억편.
이 세 편만을 기억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건 그래도 괜찮은 편이긴 한데,
제가 한국의 자카르타를 잘 보았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모두들 제가 농담을 하는 걸로 착각하곤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한국의 자카르타를 정말로 잘 보았습니다.
우리 나라 영화 분위기가 코믹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다소 아쉬운 부분 없던 건 아닙니다만
만약 조금 더 신경 써서 진지하게 만들었다면
한국 최고의 반전을 연출해 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Memento나 Cube 등은 독창적이고 기발하긴 하였지만
좋은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자카르타 역시 좋은 영화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그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다시 자카르타를 골라내겠습니다.
어느 정도 애국심이 들어간 건 인정합니다.
물론 저는 코스모폴리턴을 지향합니다만.

어쨌든 요즘 전 마치 헐리우드 키드라도 된 그런 느낌입니다.
기말고사와 리포트, 그리고 밀려있는 일들로 부담을 많이 느끼면서도
오히려 영화에 더욱 빠져가는 것 같습니다.
웃기지 마십쇼. 무슨 도피처를 생각하시나요.
말했지 않습니까. 저는 치명적이면서도 절대적인 운명론자로서
도피하는 대신에 순순히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에 능숙하다고요.

그렇게 봐 댔으면서도 아직 볼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친구가 영화CD를 아주 많이 빌려줬거든요.
게다가 vluez 역시 보유하고 있던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두 가져와서
저희 아처웹스. 사무실은 조금 과장하자면 DVD방과 흡사할 정도랍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제가 본 그 어떤 영화보다도
지난 주에 보았던 MBC 베스트극장,
그리고 지지난 주에 보았던 KBS 단편 드라마(둘 다 제목은 기억 못합니다)가
훨씬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기발한 점이나 치밀한 구성, 화려한 연출, 스펙타클한 영상 등
여러 요소들이 중요하긴 하겠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 그 자체라고 생각해 봅니다.
저를 놀라게 해도 좋고,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보여주어도 좋고,
제게 오랜동안 남을 감동을 주어도 좋습니다.
뭐든 상관 없습니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가 유치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Memento나 Cube 감독의 거만함 대신에
저는 Coyote Ugly의 섹시한 여인들이 더 좋으니 말입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36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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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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