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의 마지막 아침을... (2003-12-30)

작성자  
   achor ( Hit: 1543 Vote: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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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아침 7시를 훌쩍 넘어 어느덧 2003년의 마지막 날.
교수님께 사정사정 하여 겨우 얻어낸 리포트 제출 기회를
정치와 종교 이야기 속에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중.

고로 당연하게도 지금의 내 피곤함은
이번 학기 학교를 가지 않은 바와 시험 보지 않은 바에 대한 당연한 대가임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오늘 저녁에는 파티가 있기에
잠을 좀 자둬야겠는데.



진인사대천명이라 했거늘.
정령 진인사대천명이던가.

평소 여유 있을 땐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마감을 얼마 남겨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진인사대천명일 수 있던가.



지난 번 우산이 없어 현관에서 서성이던 그 여학생이 내 인생을 좆되게 했듯,
오늘은 지각 없는 종교인과 오, 주, 예수 그리스도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구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료를 검색하다 우연히 보게 된 종교 이야기는 나를 몰입시킨다.

그러나 흔해 빠진 얘기.
문제는 자율의지이고, 해결은 믿음일 것이니.
한낱 풀잎 하나 만들 지 못하는 인간의 논리를 어디에 갖다 붙일 쏘냐.

이 자명한 귀결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신이 인간의 파멸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시험에 들게 한 그것에 비할 수 있을까.



한국 정치에 관해 리포트를 써야 하는데
이놈의 한국 정치.
옛 이야기를 쓰자니 누누이 회자된 뻔한 이야기겠고,
그렇다고 작금의 상황을 쓰자니 너무 가벼워 보이고.

잘 쓸 생각 대신 기한 맞춘 제출을 목적으로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구려.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는 것도 아닌
오직 리포트 제출을 위해 시간을 벌여놓으니
대책 없이 여유로워져서 평소 들지 않던 이런저런 잡념과 공상들이 나를 휩싸 버리네.

아이씽. 한 해의 마지막 아침에 뭐하는 짓이던가.



그렇지만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려무나.
이제 내게 사랑은 곧 결혼이나니
네 몸짓이 아무리 사심 없고, 가볍다 한들
나는 불확실한 것에 작은 미동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걸 유념해 다오.

ps1. 종교적인 악플은 반사. --;
ps2. 12월 30일 날짜로 올리면서도 제목이 2003년 마지막 아침인 까닭은 이 다이어리의 관행. 부연하자면 자지 않은 상태에서의 익일 아침은 그 전날의 연장으로 계산. 이를테면 아침 7시를 31시로 인식하는 것과 같은.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65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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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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