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사람들은... (2005-02-03)

작성자  
   achor ( Hit: 1362 Vote: 6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우연찮게 사진 찍는 사람들의 웹사이트 커뮤니티를 방문하게 되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은 예술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현학적인 자세를 견지하려는 인위적인 노력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일례는 이렇다.
한 사람은 야한 사진을 하나 올려 놓곤
그것이 예술인지 외설인지 문제를 던졌고,
사람들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물론 그 속에 진부한 토론이란 의견이 들어있는 건 당연했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말이
여느 인터넷 게시판과는 분명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대개의 인터넷 게시판은 익명성을 바탕으로
인신공격과 비방, 욕설이 난무하는 게 보편적이지만
그 곳 사람들은 어떻게든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단어와 말투의 조합으로 분위기 잡으며 이야기 하는 등으로 말이다.



사실 이들의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상당히 부러운 수준이었음은 인정한다.
그것이 피상적인 연출이라거나 또는 진실과 상관 없는 허례허식이라 해도
어쨌든 그런 현학적인 분위기는 욕설과 비방의 난무보다는
더 예의 바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좀 가증스럽기도 했고,
또 직설적이고 솔직한 의견들이 난무하는 인터넷의 장점이자 단점이
현실의 거죽 앞에 녹아버린 느낌이 들기도 했다.

디지털카메라 및 카메라폰의 보급으로
이제는 일상 속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졌기에
사진 찍는 사람들이라고 범위를 규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사진학과를 나온 이들로 한정을 짓는다면
그들은 사실 철학이나 문학, 인문 교양에 관한 학식이
일반 인문학부 출신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사진 찍는 사람들을 비방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진학과에서는 사진 찍는 것을 배우지만
인문학부에서는 인문 교양을 배우는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대학에서 인문 교양을 배워온 내 주변 친구들이
유치찬란한 것에 비해
그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너무 박식하였다.
그러나 깊이는 느껴지지 않는.



사진 찍는 사람들이 자신의 영과 혼을 담아 사진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에
정신적인 것에 중심을 두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오히려 더욱 많이 철학과 인문을 탐구할 것도 같고.
그래서 그런지 사진 찍는 사람들은
유독 내면의 독백적인 글이나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같다. --;

박수칠만한 일이고, 존경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러한 과정이
스스로를 위엄있게 만드는 작업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진에 담은 생각을 잘 표현해 내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을 화려한 미사여구와 격식있는 단어들로 표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내용물은 별 것 없으면서 포장만 화려한 그런 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ps.
이와 별개로 그 사이트를 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이제는 정말이지 텍스트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나처럼 텍스트 선호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변해야 할 것 같다.
즉, 큰 관련이 없더라도
텍스트 사이에 사진이나 이미지 하나 정도는 넣어 두어야
제법 텍스트의 그림이 사는 것 같다.

앞으로는 가능한 한 그리 하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23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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