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자기최면이라고도 하고, 자기애라고도 하고,
또 정의할 수 없는 정의라고도 하더군요.
그렇지만 이런 말도 있더군요.
4.
이제야 그녀가 생각났다.
그녀는 파멸이었다.
그.녀.는.파.멸.이.다.
그녀를 알게 되면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난 그
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를 알았기에, 그녀에 대한 내 모
든 기억은 파멸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파멸을 부른다.
파멸은 폭을 부른다.
그리고 폭은 집착을 부른다.
그녀를 한 번 알게 되면 그녀가 내게 싫증날 때까지 난 그
녀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녀가 지닌 운명의 힘
이었다. 운명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언젠가 한 번은 파멸을 만난
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끊임없이 빠져들었다가 얼마간
의 시간이 흐르면 흔적도 없이 기억에서 사라지는 파멸.
사랑이 파멸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제한적이고 유한적인 사랑, 그것은 파멸이다. 혹 그
것은 파멸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쓸쓸
한 사랑의 그리움을, 그 아쉬움을 느껴보지 못한 자라고 단
정지어 본다.
PostMinJu시대의 유일한 대안, TTL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