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시간 후면 이곳도 다시는 찾을 일이 없겠네요.
무엇이든 마지막,이란 이름이 달려 있다면
크게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지난 밤에는 퇴근하자마다 잠이 들었는데
무려 12시간이나 자 버리고 말았었습니다.
satagooni씨도, vluez씨도, 아무도 깨워주지 않아
일어난 시각, 아침 6시. --+
대충 메일 처리 해놓곤, satagooni씨와 사무라이 한 판,
오랜만에 밥도 먹고 출근하였더니 여전히 20여 분 지각.
첫 출근날부터 지각하더니만 이렇게 마지막 날까지도 지각하게 되는군요.
그리곤 오전부터 제가 쓰던 프로그램들을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하찮은, 별 일 아닌 작업에서
저는 이상하게도 아쉬움이 남더군요.
flash, generator, visual basic 등등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면서 무슨 연인을 떠나보내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더랬지요.
이제 남은 건 editplus와 photoshop 뿐.
잠시 후 이들과 제 계정만 제거하면
이곳에서 제가 살았었다는 흔적은 완벽히 사라지겠네요.
예. 말 그대로 여기에서 산 거나 다름없지요.
세수도, 양치질도, 머리 감는 일도 다 여기서 해결했으니까요.
세면도구, 수건 같은 것들을 갖다놨었거든요.
이제 이것들은 그대로 경찰청으로 가겠지요...
점심시간에는 친구가 한 명 찾아왔었습니다.
다들 한 번 놀러오겠다는 말은 했어도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었는데
마지막이라고 한 친구가 왔던 것이지요.
한정된 점심시간이기에 그리 길지는 못했지만
현대백화점에서 밥을 같이 먹었고, 차를 같이 마셨습니다.
사실 어제 월급을 받았었거든요.
거한 거 하나 먹으려 했지만
결국 7,500원짜리 우동을 먹었지요.
그렇지만 우동이 7,500원이라뇨. 너무했지만 맛은 있었습니다. --+
아. 정말이에요. 더 비싼 것도 사줄 각오가 되어있었건만
우동을 먹겠다더군요. 그랬던 것 뿐이지요.
13시에는 Cyber Production 기획자를 만나기로 했었지만
차까지 마시고 일어나니 이미 14시.
밖에는 하늘하늘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눈을 맞아본 적이 있던가?
아마도 있었겠지...
다시 회사로 돌아와 기획자와 asp 프로그래머를 만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해 주었고,
그 이후에는 다시 내내 음악을 들으며 신문을 보았고, 담배를 피웠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이제 16시 23분.
언제나 칼퇴근 했던 제게는 이제 정확하게 37분 남아있군요.
37분 후에는 또 다른 친구가 한 명 온다네요.
그렇지만 저는 오늘 다시 하얏트 호텔에 가야합니다.
평생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100만원짜리 양복 티켓 하나 때문에 툭 하면 가게 되네요.
오늘 가봉이 끝난다네요.
옷 받으러 한 번 더 가야할 것을 생각하면 역시 택시비가 아깝습니다. --+
아. 지금은 rialto의 summer's over가 흐르네요.
예. 얼마 전 내한공연 때 직접 가서 들었던 곡이지요.
저는 rialto의 노래 중에서 이 summer's over를 가장 좋아합니다.
어느 핸가 훌쩍 사랑을 떠나보내고 돌아온 아침,
집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고,
어머니께서 싸놓으신 김밥만 덩그러니 남겨있던 그 풍경.
그 풍경의 아쉬움을 이 노래 속에서 저는 느낀답니다.
여름이 가고 있는 8월의 어느 날,
멍하니 김밥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 뮤직비디오가 흐르고 있었거든요.
Summer's Over.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군요.
이 글을 저장하고,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돌아와
editplus와 photoshop을 제거하고, 제 계정을 제거하면 끝.
그렇게 제 삼성에서의 생활은 끝을 맺게 되네요.
아무 흔적도 안 남겠지만
한 가지 흔적이 남을 것입니다.
제가 만든 Cyber Production 내부에는
모든 스크립트나 스타일시트의 이름이 achor류로 되어있거든요.
이를테면 마우스가 버튼 위에 있을 때 새로운 레이어가 드러나는 경우
그 레이어 이름은 sexyachor와 같은 것이지요. ^^;
오는 3월 즈음에 m4you.com cyber production이 공개되면
널널하신 분들은 한 번쯤 확인해 주시길, 저를 기억해 주시길. !_!
자. 이제 저는 아쉬움을 가득 안고,
또 새로운 각오를 품은 채로 경찰청으로 갑니다.
새로운 즐거움과 추억이 있겠지요. 기대해 봅니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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