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bothers 덕분에 네 집에 갔던 날 나는
잘 찍지도 않는 디카를 꺼내 네 방 사진을 한 장 찍어왔었다.
옛 기억 덕분에 네 변화된 공간이 마치 내 또 다른 공간의 변화처럼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네 공간에 대한 애정은 나에게도 약간은 흐르고 있었다. 마치 bothers가 그럴 것처럼.
그러나 돌아와서 결국 나는 사진을 올리지 못했다.
그곳은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전적으로 네 사적인 공간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올린다. --;
나는 네 공간이 내 공간보다 전체적으로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그간 나는 네 이야기를 가끔 하곤 했었다.
내 입 속에서도 네 말처럼 너는 꽤 멋진 놈으로 회상되곤 하였다.
조금은 아웃사이더인 위치에서 조금은 고독하게 문학과 음악, 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던 네 모습을 나는 좋아했었다.
내가 네 덕에 조금 더 문학이나 음악, 영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내가 너보다 소위 말하는 모범생으로부터 벗어나 있다고 생각했었다.
네가 문학과 음악, 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던 학창 시절
나는 오락실이나 당구장을 다니거나 별 관심 없던 여자애들과 미팅을 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네가 나보다 소위 말하는 모범생으로부터 벗어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 기점은 내가 단란주점 웨이터 생활을 마치고 학원강사로 변신했을 때일 지라.
자세한 내막은 나로서 알 수 없지만 너는 군대를 통하여 성격이 조금 변화되었고,
내가 학원 강사가 되었을 무렵에 너는 단란주점 웨이터가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직 나 역시도 타인들에 비한다면 여전히 모범생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후 나는 조금씩 모범생쪽으로 다가가고 있는 반면
너는 조금씩 모범생쪽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나를 완벽히 압도하는 양아라는 거물이 있기에 나는 중도적이다만. --+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몇 해 전까지 나는 너를 알고 있는 몇 친구들로부터
내가 너를 망쳤다는 원망을 간혹 듣곤 했었다.
그들의 요점인 즉, 건실한 젊은이였던 너를 비건실한 내가 물들였다는 게다.
물론 나는 부정한다. 네가 갈 길을 네 스스로 찾아갔을 뿐이라는 건 나 역시도 알고 있다.
또한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건 모범생이 아니라고 삶이 망쳐진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평범한 가정에서 보통의 교육을 받고 자라난 사람들이기에
명랑한 사회와 가정, 그리고 햇살이 밝게 들어오는 고층 건물에서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일하는 것만이
삶을 망치지 않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양아가 부러운 한편으로 너 또한 부러워 하고 있다.
극단에서 극단으로 전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극단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건
대충 일하고, 대충 놀고 있는 내게 있어서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부러움이다.
그 시절 아주 작은 선택을 조금만 달리 했다면 나 역시도 단란주점이든 대기업이든
어느 한 곳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네 생각을 하면 또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은 친구나 의리 같은 점이다.
나는 그 시절 그것들이 세상 그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겨왔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다들 애인이 생기거나 학업, 업무로 바빠지면서 그것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것만 같다.
나는 대충 일하고, 대충 놀고 있기에 친구나 의리 같은 것들이 내게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지만
나 역시도 애인이 생기거나 바빠지게 된다면 그 의미를 퇴색시켜 버릴 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이미 변절해 버린 친구들이라고 무엇이 다르랴.
어쩌면 조금은 아웃사이더인 위치에서 조금은 고독하게 문학과 음악, 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던 너는
세상 관계에 대해 더 현명하게 처신했던 것 같기도 하다.
msn으로 쪽지 보낸 적 있긴 하다만 네 상황을 봐서는 제대로 전달될 것 같지는 않아 다시 알려놓으마.
j-world 도메인 등록 시한이 다 되어간다.
연장할 생각이 있다면 말을 하고 돈을 지불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