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몰라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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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Vote: 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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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신문 연예란은 온통 올인 마지막회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더군요.
심지어 어느 신문은 특집 기사까지 마련해 놓을 정도였으니까요.
덕분에 스토리도 모르는 올인, 마지막회를 잠자코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은 시청자의 요구로 이별 대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였고,
그것을 보다 극대화 하기 위하여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것 대신 꽤나 길게 느껴지던 키스로 드라마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신문기사는 완벽히 적중했던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버린 이병헌은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올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박솔미가 예쁘다는 건 알겠더군요. --;

또한 그들의 오랫동안 이어지는 장구한 사랑이 부러웠습니다.
冷靜と情熱のあいだ의 길지만 띄엄띄엄 이어지는 사랑이 Titanic의 순간적이지만 강렬한 사랑보다 더 아름답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런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이미 그런 사랑을 만났어야만 했다는 사실이 슬플 뿐입니다. --;
(항상 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冷靜と情熱のあいだ를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저 신문기사들 덕택에 대충 내용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모래시계든, 가을동화든.
한 시기를 풍미했던 드라마는 동시기에 보지 못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불법 CD 등을 통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는 드라마라는 게
annie님은 모르실 것도 같은 질투라든가 여명의눈동자, 아, 프로포즈는 아시겠군요, 같은 90년대 産 뿐입니다.

아마도 올인 역시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에 뒷북치며 홀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랑이 부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왔습니다.
오히려 사랑이 난무하여 그 의미가 훼손되어 가는 것이 안타까웠으니까요.
그러나 어떻게 보면 부재나 난무나 거기서 거기인 듯도 싶습니다.

결코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던 그 사람은
아직도 사랑한단 말을 하지 않고 있을까요?



사랑하지 못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면
사랑하지 못할 수가 있는 사람들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군요.
그것이 비록 현실적인 기준과 조건의 안목에서 바라본 것이라 할 지라도
슬프긴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기준과 조건에서 사랑하지 못할 수가 없는 주위 수많은 솔로들이
단지 그들 나름의 기대와 환상으로 점철되어진 이상형들과 그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또한 타인에게 갖는 communication의 부재, 미숙함 때문에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하거나 혹은 너도 이제 사랑을 해야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나름의 기대와 환상이
의미 없는 사랑의 나열보다 가치 없을 거라 생각되지 않고,
사랑이 사랑을 잘 하는 기법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보다는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제가 아직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만우절 역시 단 한 번의 거짓말도 없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저는 1997년 이후 만우절에 거짓말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날도, 세월도 많은데
하필이면 장국영은 왜 만우절날 죽었던가요.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오신 날도 있고, 가실 날도 있건만. --;
그가 그의 죽음을 통해 농담 말라는 웃음 뒤에 더 큰 슬픔을 주고자 했다면
그는 정말 대단한 배우였다는 쓸데 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



새벽 2시, 라면 끓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기 시작합니다.
피자를 몇 조각 먹어서 괜찮을 줄 알았건만 최근 부쩍 불어난 식욕 탓에 어림 없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24시간 상시 대기중인 근처 식당과 끈끈한 유대관계 덕에
근 1달 남짓 사이에는 주방용품을 잡아본 적이 없건만
오랜만에 냄비를 들고, 요리 아닌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종목은 오징어짬뽕.
오징어짬뽕이나 짜파게티는 계란을 넣지 않아도 되어서 좋습니다.
라면에 계란이 없으면 어쩐지 허전한 느낌이 드는데
오징어짬뽕은 계란 없는 제 살림을 정당화 시켜주니 말입니다.

아. 내일은 다소 취하도록 술을 마실 것 같은데
일찍 자야겠지요. 끙.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99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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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aJ
"겨울연가"는 보았니? 난 그거보며 펑펑 울었었는데 .
올인 씨디 구하면 나도좀 빌려주라 --;

 2003-04-04 06:04:46    
achor
못 봤어. 겨울연가는. 그렇지만 듄상씨,는 알고 있단다. --;
그러마. 올인 CD 구하면 이태리 갈 때 선물로 들고 가마. --+

 2003-04-04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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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2/10/2025 21: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