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 지금 떠오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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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때 종로분식에서 술을 먹다가 울먹이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던 선배의 눈이 자꾸 떠오른다.
그때 내가 하고자 했던 일들을 나는 아직도 하지 못했다.

언젠가 지금 당장 나와달라는 친구의 힘없는 목소리를 듣고
달려나간 나에게 창백해진 얼굴로 건네준,
창백한 얼굴보다 더 하얀 장미꽃다발이 떠오른다.
우리 둘다 서로에게 바랬던 것들을 지키지 못했다.

금잔디가 떠오른다.
처음 수강신청 초안을 작성하던 금잔디.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설레던 마음을
나는 어느사이엔가 잃은듯하다.

흐린 루체른. 유람선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썼다.
그때 일기에서 다짐한 것을 나는 지킬 수 있을까.


오늘은 왠지 내가 잊고, 잃고, 지키지 못했던.
그리고 지킬 수 없었던 것들이 떠오른다.




본문 내용은 9,77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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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4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