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포] 3년간의 암호풀이.-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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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암호풀이

-해킹의 고수-


나는 그 다음날부터 당장 암호풀이에 들어갔다.

우선 제대 기념으로 부모님을 졸라 펜티엄 컴퓨터를 장만했고

도스용 아래아 한글 3.0을 깔았다.

그리고 글자를 입력시키는 수고를 덜기 위해 머리를 썼다.

어차피 앞의 세글자 phj는 밝혀져 있다. 그것만이라도 자동으로 입력시키면

부담이 적다. 나는 한글의 매크로 기능을 이용해 을 누르면

바로 불러오기부터 pjh까지는 입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다시 찍는 작업에 들어갔다.


beautiful, rose, fine, white, happy, smile.....


그중 어느것도 아니었다. 나도 beautiful과 같은 간단한 단어는 기대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는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그러면서도 우리 둘만이 알 수

있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래, 영화, 책, 요리 할 것 없이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것을 동원했지만 허사였다. SJHR 또한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낙담한 나에게 친구가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마. 아직 2년 반이란 기간이 있잖아.

그래도 명색이 전산과인데, 한번 해킹프로그램을 만들어 봐.

어쩌면 그녀가 네 컴퓨터 실력을 테스트 해보는 것인지도 모르잖아."


그 녀석의 말을 듣자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맞아. 그녀는 전부터 내가 별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것을 안타까와 했어.

아마 내가 직접 풀라거나, 토플을 잘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해보라는 말 같아. 그래, 한번 직접 풀어볼거야. 반드시 풀어내고야 말거야."


내 결심에 친구는 박수를 보냈다.



" 잘 생각했다. 그런데 종화야, 어쩌면 SJHR은 슈퍼종화 홈런이 아닐까? "


" 뭐야? 하긴 그럴수도 있겠지. 아무튼 열심히 해봐야겠다. "


그때부터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일단 서점에서 해킹에 관련


된 책들을 모조리 구입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제일 컴퓨터 실력이 뛰어나다는

선배들을 며칠간 따라다닌 끝에 2.0을 깨는 프로그램과 난수발생 프로그램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 동안 혹시 하는 마음에 그녀의 집에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이미 이사를

간 후였다. 방법은 오직 암호를 푸는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밤새 책을 보면서 연구를 했고 낮에는 선배를 쫓아다니면서 노하우를

듣기에 바빴다.

좋아하던 술과 당구, 볼링을 모두 끊었고 TV도 영화도 보지 않았다.

먹고자는 시간을 빼면 오직 컴퓨터와 씨름했다.

어느 덧 나는 컴퓨터 실력이 부쩍늘어가기 시작했다. 1년반이 지났을때


나는 이미 나를 가르친 선배들을 추월했다.

소설잘쓰는 친구가 국문과 학점을 잘 받는 것은 아니듯이 학점은 보통이었지


만 해킹실력만큼은 학교에서 첫째가는 고수였다.

나는 수 많은 해킹프로그램의 소스를 분석했고 연습삼아 몇몇 게임의 락을

깨 보기도 했다. 해킹 프로그램을 찾느라고 부지런히 돌아다닌 결과 인터넷

또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별로없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일단 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니까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정이 붙었다. 나는 그래픽을 비롯한 컴퓨터의 다른 기능 또한 잠깐 사이에

제법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

한편 나는 토플 또한 열심히 들여다 보았는데 암호가 혹시 거기에 나온 단어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암호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어느덧 4학년 2학기가 되었고 나는 순전히 컴퓨터 실력 만으로 교수의 추천을

받아 제법 그럴싸한 기업에 미리 취직을 했다.

부모님께서는 흡족해하셨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친구들은 모두 나를 부러워 했다.

하지만 막상 나는 조금씩 초초해 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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