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서의 마지막 밤 (2009-08-13)

작성자  
   achor ( Hit: 1693 Vote: 0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이렇게 깊은 밤, 커피 한 잔 마시며 일기를 적는 건 참 오랜만의 일이다.
참 그리웠던 여유다.

연애하기 전에는
이 한밤의 여유를 마음껏 즐겼고, 그리고 회사를 지각했으며, 점심시간에 부족한 수면을 채웠었다.
세어보면 얼마 전 이야기인데
마치 오래 전 일처럼 느껴져 온다.

지금은 28시 13분.
이제 5시간 후면 나는 이곳, 신촌을 떠난다.

아처웹스. 멤버들과 호흡했던 그 엄청난 짐들과
많은 추억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던 신림을 뒤로 한 채
완전히 달라진 일상 속에서 급작스럽게 신촌으로 이사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만 한데
오늘이 신촌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괜한 감상에 사로잡힌다.

돌이켜 다시 생각해 봐도 행복했다.
스무 살, 겁 없이 독립하여 좌충우돌 하며 살아온 내 삶.

좋은 친구들과 소중한 사람들에 감사한다.
괜한 폐만 끼쳤던 건 아닌 지 한편에선 걱정이 밀려온다.

사다리타기 게임을 생각한다.
아무리 많은 선을 그려 넣는다 하여도
하나의 시작점은 결국 하나의 종료점으로 귀결되는 그 이치가
새삼 신기하다.



2008.05.13 ~ 2009.08.14
신촌에서의 15개월동안도 역시, 행복했다.
쓸쓸했다.

아무래도 오늘 밤,
결국 잠 못 이룰 것만 같다.

신촌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 achor


본문 내용은 5,60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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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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