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여전히 밥을 먹을 때면 으례 게임TV를 통해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곤 하는데
한정된 경기를 가지고 24시간이나 되는 방송시간을 채우려다 보니
게임방송들은 필연적으로 많은 재방송으로 구성되는 편이다.
특히나 유명 게이머끼리 붙은, 소위 명경기라는 것은
몇 년이 지난 것까지도 종종 재방될 정도다.
이러한 스타 중계방송의 형식은
여느 스포츠 중계와 비슷하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나와 경기 진행 상황을 보여주며 만담과 해설을 늘어놓고,
경기 중간중간에 관중들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기도 한다.
경기가 치뤄지는 게임스튜디오가 코엑스몰에 있다는 특성상
그렇게 클로즈업 되는 관중 중에는 일반 학생들도 많이들 있지만
연애를 하다 잠시 들린 연인들도 간간히 나오게 된다.
사실 관중의 구성은 연인들 보다는 스타에 관심이 있는 일반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이긴 하지만
다른 스포츠중계나 개콘, 웃찾사 등까지도 그렇듯이
카메라는 대개 좀 예쁘고, 잘 생긴 관중을 잡아내는 편이다.
그러기에 그 압도적인 일반 학생 이상으로
예쁘게 꾸미고 나온 연인들이 카메라에는 더 많이 잡히는 느낌이다.
2.
2003년이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3년이나 된 경기가 재방되고 있었다.
천재테란이라 불리며 당시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엄청난 포스를 뽑내던 이윤열과
몽상가라는 별명답게 프로게이머 중 가장 창조적이고, 가장 전략적인 프로토스 강민의 빅매치다.
숨가쁘게 경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여느 때처럼 관객이 잡힌다.
관객은 잘 어울려 보이는 연인이다.
시켜놓은 청국장찌개의 두부가 목구멍을 넘어가려는 순간
나는 문득 이 경기가 3년이나 된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자 그 잘 어울려 보이던 연인은
어쩐지 서로에게 작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3년이 지난 지금 즈음에는 이미 헤어진 연인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들은 스타에 대한 적당한 관심이 있었기에
게임스튜디오를 찾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헤어진 그들이
우연히 나처럼 청국장찌개의 두부를 목구멍으로 넘기다
다정했던 옛 모습이 대중에 공개되는 장면을 우연히 접했을 때,
또한 그 장면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속해서 재방되며 공개되고 있을 때
그 기분은 어떨까.
슬플까. 그리울까. 원망스러울까. 쪽팔릴까. 자랑스러울까.
나라면,
슬플 것 같았다.
설령 그렇게 잡힌 애인이 아주 짧게 만나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은, 조금 가벼운 애인이었다 해도
나는 슬플 것 같았다.
그것은 아마도 옛 애인에 대한 그리움이라기 보다는
지나간 내 시간에 대한 슬픔이기 때문일 듯 싶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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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i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