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anic (200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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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047 Vote: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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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      개인

1.
설날이라고 TV에서는 20세기의 대작, Titanic을 방영해 준다.
오랜만에 듣는 Cellin Dion의 목소리는 어딘지 장엄하면서도 구슬픈 느낌을 준다.
음악에 귀 기울이며
1998년 당시 내가 이 영화를 누구와 봤었던가 기억해 내려 했지만
결국은 기억해 내지 못했다.
단지 기억할 수 없는 누군가와 1998년에 Titanic을 보았다는 명제만이 내 뇌리 속에 존재하고 있다.



2.
알고 지내온 여자 아이들이
이제는 한 남자의 애인으로서 내 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내가 아무리 그녀를 사랑한다 하여도
그것을 막을 자신도, 자격도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이미 시간은 흘렀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 같다.



3.
여자 친구를 사귀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던 게 어느새 2년이 되어 간다.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그것은 명분일 뿐일 지라.
나는 여자 친구가 없던 시절에도 분명 사랑을 했었던 것 같다.
인위적으로 사랑을 제어하려 했던 지난 날을 후회하면서도
나는 최근까지도 사랑을 그대로 용납하지 못한 채
내 의지로 내 감정을 제어하려 했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4.
별로.
사실은 아쉽고, 그리운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도 내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슴에 오랜동안 담아두고만 있었던 사랑을 이야기 한다.



5.
나는 진심으로 이 무한한 반복이 끝나버리길 희망한다.
마치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는 것처럼
몇 년 전에 했었던 전화통화를 다른 누군가와 반복하는 일에 넌덜머리가 난다.

사랑을 해야한다면 진심으로 열정을 다하고 싶다.



6.
언젠가 시간이 좀더 흐르고 나면
나는 Titanic을 누구와 봤었는지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처럼
누구와 햄버거를 먹었고, 누구와 영화를 봤으며, 누구와 여행을 갔었는지 기억해 내지 못할 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나 역시도 내 길을 찾아 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슬픔이나 그리움, 아쉬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
삶의 오묘함은 중요한 일들이 전혀 중요치 못한 순간에 터져나온다는 데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생각했고, 가슴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시간에 우연찮게 시작되는 법인가 보다.

여전히 盡人事待天命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면 된다.
그것이 기쁨이라도, 또 슬픔이라도. 무엇이든 나의 숙명일 지라.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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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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