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다,와 안 읽었다,의 차이 (2006-09-06)

작성자  
   achor ( Vote: 12 )
분류      개인

1.
근래 나는 신화에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어왔다.

스칸디나비아와 수메르 신화가 그것인데
좀 더 유명한 그리스,로마 신화나 한국 신화가 아닌 데에서
나는 마치 견문의 폭이 확 넓어진 느낌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것은
묘하게도 나를 절망케 했다.

이유인 즉슨,
고작해야 책 한 권 읽은 것이 그렇지 않은 것과 너무 큰 차이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세상의 모든 일이 이와 같다고 느꼈다.

책을 읽었다,와 안 읽었다,의 차이.
뉴스를 보았다,와 안 보았다,의 차이.
신문을 읽었다,와 안 읽었다,의 차이.

이것들은 몇 년을 투자하여 아주 세심하게 이룩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때로는 몇 분, 때로는 몇 시간, 또 때로는 고작 며칠 투자하면
양자 중 전자의 입장이 될 수 있는데
그런 가벼운 시간 투자에 비해 얻는 것이 너무 커보였던 게다.

물론 깊이의 차이는 반드시 존재하겠지만
무언가 안다는 것,
그것이 고작해야 약간의 시간 투자만으로 결정되어 버리는 현실에
새삼 놀랐고,
또 그 가벼움은 나를 절망케 했던 것이다.



2.
그런데 오늘 느낄 수 있었다.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의 차이를.

나는 오늘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든 일에 관해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것은 지난 수 십년간 접해왔으면서도 전혀 느끼지 못해왔다가
오늘 아주 우연찮게도, 그냥 난 가만히 있었는데도
저절로 확 다가왔던 것이다.

뉴턴의 사과가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미 많은 앎이 있었기에
누구나, 또 수없이 볼 수 있는 사과의 낙하를 보면서도
깨달을 수 있었을 게다.

읽었다,와 안 읽었다,에 관한 내 절망감은
결국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책 한 권을 읽었음으로 해서 어떤 화제에 대해
술자리에서의 언변을 늘어놓을 수는 있겠지만
결코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 깊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깨닫는다는 건
전체를 통찰하며 완전히 꿰뚫는 것이라 본다.

그것,
진짜 얻어야 할 것은 그것이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17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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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4/20/2026 21:3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