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면서... (2009-01-14)

작성자  
   achor ( Hit: 2928 Vot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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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1. 이승엽

이승엽은 어제의 박찬호를 보며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둘 다 이번 WBC 불참을 통보했고,
박찬호는 어제 귀국하자마자 눈물의 대표팀 은퇴선언을 한 터다.

야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게 있어서는
이승엽 역시 그간 별다른 흥미꺼리는 되지 않았지만
오늘 그의 인터뷰는 사실 좀 감동이 있었다.

물론 박찬호의 눈물도, 이승엽의 부끄러움도
어쩌면 편협한 한국식 애국주의일 수 있겠으나,

공식적인 석상에서 부끄러운 것을 부끄럽다고 이야기 할 줄 아는 건
다름아닌 용기다.



2.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오늘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있은 지 22주년 되는 날이다.

요즘 국회 폭력방지법이 화두일 만큼
YouTube 속에서의 한국 정치는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 판별의 한 척도이기도 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2회 했을 정도로
한국 정치는 자랑스러운 면이 있기도 하다.

당연하게도 과거
자신보다는 사회를 위해서, 개인보다는 전체를 위해서 生을 바쳐온 이들 덕택일지라.

오늘 MBC 뉴스데스크의 클로징멘트 또한 감동이 있었다.
그 시절 치열하게 사회 정의를 위해 싸워온,
그러나 이제는 적당히 사회적으로 변했고, 적당히 지킬 것이 많아진
40대 중반들.

만약 40대 중반의 박종철이 살아있다면
현 방송과 언론을 어떻게 보고 있을 것인가.
미네르바를 구속시키고, 방송을 사유화 하려는 언론 자본주의를 어떻게 보고 있을 것인가.

살아남은 그의 친구들이 그러한 것처럼
결국 그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인가.



3. 김태희 & 빅뱅

이번엔 CF다.

LG CYON의 새로운 광고는 김태희와 빅뱅이 같이 출연하고 있다.
아이스크림폰2.

제 아무리 김태희라지만
역시 서른.

20대 초반의 빅뱅 앞에서는,
아무리 유치찬란한 의상을 입는다 해도
역시,
늙어보이는구나.

내 아무리 어려 보인다고 주주장창 주장한다 해도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다는 절망감만이. ㅠㅠ



4. 환갑

곧 부모님의 환갑이다.
누나로부터 전화다.

지난 주말 아버지가 출타하셔서 집에 어머니 혼자 계시다고
전화라도 한 번 해주라던 누나의 요청을
어이 없게도 그냥 까먹어서 못 해드리고 말았었는데
아마도 어머니랑 누나랑 그 날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었나 보다.

곧 있을 환갑잔치 또한 이야기를 나눴었나 본데,
어머니는 자식이 다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잔치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셨다는 후문이다.

누구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금껏 느껴왔던 그 무엇보다 더 큰 압박이 느껴져 왔다.


나는 내 삶에 대한 선택과 판단이 오직 나에게만 영향을 끼치기를 절대적으로 희망해 왔다.
나는 애초에 희노애락에 강한 면이 있어서
기뻐도 별로 기뻐하지 않을 줄 알고, 슬퍼도 별로 슬퍼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내 생애 가장 슬펐던 일과 맞닥들여서 극한의 슬픔이 고작해야 이것뿐인가, 회의했던 나다.

무슨 일이 닥치든 버텨낼 자신이 있었기에
내 선택에 대한 희노애락이 오직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길 희망했다.

내가 결혼하지 않은 까닭으로
부모님이 생애 한 번밖에 있지 않은 환갑잔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내게 엄청난 죄를 짓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결국,
유럽 보내드리기로 했다.
부모님을 위해서라면 내 장기라도 내놓을 자신이 있는 내게 있어선
당연하게도 아깝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아무튼 돈은 훨씬 더 들게 됐다. -__-;

- achor


본문 내용은 5,79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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