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선 (200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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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157 Vote: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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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      개인

1.
결국 국민은 이명박을 선택했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그래도 국민의 반은 넘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어떤 이들은 이것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장했다는 증거라고도 한다.
이념이나 사상 대신 내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경제를 우선 생각하게 됐다는 점에서.
또 정치선진화의 지표로 두 차례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보고 있는 학자도 있으니
아무튼 한국 정치는 선진화 된 건가...



2.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이 있다면,
그간 총리나 장관임명에서 어마어마한 도덕성을 요구해 왔기에
훗날 무언가 권력을 지닌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삶 자체를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는 인식을 젊은이들에게 강렬히 주고 있었던 것이
이번 대선으로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간의 이명박 족적을 봤을 때
그가 정책결정의 과정에서나 추진함에 있어서나
어떤 면에서도 민주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무튼 일은 잘 해내리라 믿는다.

그를 지지하진 않았지만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살고 있기에 깨끗이 승복한다.
물론 안 한다고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3.
선거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강남 재건축아파트 집값은 딱 1억 올랐다.

이명박을 찍은 집없는 자들이여, 설마 이것을 예측하지 못한 채 찍은 건 아니겠지?


어떤 다른 결론을 내리려고 아무리 애를 써봐도
찾지 못하겠다, 다른 결론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서민들이 이명박을 찍는다는 건
그냥 정치에 무관심하고, 멍청하다는 것 외엔 다른 결론을 찾을 수가 없다.

현 정부에 실망을 했고, 그래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마땅한 대안이 없기에 이것 아니면 저것, 이분법적으로 이명박을 선택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 됐다.
왜냐면 그것은 차안도 될 수 없는 최악이기 때문이다.

각 당의 정책을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간단하게 생각 한 번 해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누가 이명박을 지지하는가.

건설회사를 다니는 한 친구의 사장은 이명박을 찍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그 사장은 이명박이 당선되어야 자신의 건설회사가 더 잘 될 것이라 보고 있었기 때문이겠다.
건설회사가 잘 된다는 것은 같은 집이라도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
당연히 집값은 오르고, 서민은 집사기 더 힘들어 진다.


나는 확신한다.
만약 국민들이 굳이 정책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단지 지역색이나 맹목적인 정치색만 버린 채
그것이 경제적이든, 이념적이든 누가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되는가,를 살펴본 채 결정한다면
보수진영은 결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음을.

이명박의 대선TV광고에 나왔던 할머니는 알고 있었을까.
그녀가 그렇게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다면
빈부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음을.
부유층에 대한 세금이 주는데 부족한 세수는 어디에서든 얻어야 하고,
그것은 간접세로 채워지게 되어 결국 빈부격차를 크게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예측하지 못했을까...


서로간의 지향점이 다른 것 같다.

나는 국민 모두에게 파이가 잘 분배된 북유럽식 자본주의를 추구하지만
어떤 이는 파이를 더 키우는 게 중요한 미국식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것 같다.
뭐든 일장일단은 있기 마련이니.

샌드위치론이 홍건한 시대에
어쩌면 정말 아직 파이를 배분할 때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


그러나 사실 알다시피 한국의 경제지표는,
그토록 대만 정도의 나라가 시기, 질투, 예찬을 할 정도로 좋다.
그럼에도 경제를 살려달라고 지겹도록 아우성 치는 까닭은
서민의 체감되는 경기 문제일 것인데

그래서 그걸 해결해 달라고 선택한 결과가
보수정당의 인물이다.

서민과 보수다.
이것, 그냥 국민이 멍청했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4.
이번 대선결과로 가장 안타까운 건 노무현 대통령이다.

예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통합신당쪽에서는 이번 결과에 책임을 친노계에 묻고 있고,
그들의 정치 2선으로의 후퇴를 요구하고 있다.


청년 실업은 정략에 따라 발생한 문제도 아니고,
언론사가 부풀린 문제도 아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 확실히 존재하고 있는 문제임을 알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과장된 면이 분명히 있다.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인력보다는 기계를 쓰게 되고,
또 세계화에 따라 저임금을 찾아 기업이 움직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과거처럼 노동집약적 산업도 사라졌고,
노동자들 스스로도 그런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곧 실업문제는 한국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 세계의 선진화된 국가 중 실업률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신인종주의가 태동하고 있는 까닭이 결국은 실업문제임을 상기하라.
물론 전 세계가 그렇다고 당연히 한국도 실업률이 높아야만 한다고 이야기 하는 건 아니지만.


만약 노무현이, 그 이전의 대통령들처럼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다면 많은 것이 달랐을 지도 모르겠다.
언론은 함부로 이야기 하지 못했을 것이고,
국민은 지금과 정 반대의 측면으로 또 다시 속았을 수도 있겠다.
심각한 문제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만드는 것도 언론이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심각한 문제로 만드는 것도 언론이니.

자신의 권력을 내놓은 채 더 민주적이 되고자 함에 얻은 결과는
더 큰 비난과 오해 뿐이다.
업적은 사라졌고, 곡해된 비난만 가득하다.

하긴 어쩔 수 없다.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박정희를 1위에 올리는 이 나라의 국민인데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리.
이 멍청한 국민에게 무언가 기대한다는 게 멍청한 일이다.

연좌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스스로 자숙하며 나서지 말았어야 하는 거다.
유례 없는 독재자의 딸이 아직도 정치를 한다는 게 어떻게 말이 되는가.
그녀를 지지하는 자들은 제정신인 것인가?

부끄럽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을 사랑하기에 대한민국의 정치와 국민이 부끄러운
제17대 대선이다.

- achor


본문 내용은 6,21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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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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