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들누드 (2009-01-16)

작성자  
   achor ( Hit: 11588 Vote: 1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분주한 연초다.
모든 계열사들과 계약을 진행해야 하고,
이것저것, 나름의 의욕으로 무언가 해보려고 하는 것도 지원해 줘야 한다.
숭례문 근처 동양매직에 다녀오며
신촌의 KFC에 들려 징거버거 한 입 베어 문다.

업체 부장님의 전화다.
술 한 잔 하잰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시스템이 눈 앞에 아른거렸지만 만나줘야 한다.

참치횟집에서 저녁겸 한 잔 하고,
2차는 섹시바랜다.

미래의 내 부인이여,
오해할 것 없다.
섹시바라 해봤자 정통적인 웨스턴바에서 바텐더의 토킹 영역을 좀 더 특화했을 뿐이다.

정리하자.
일반 웨스턴바는 나 역시도 대학생 시절 알바뛌던 바 있는 그냥 바다.
거기에서 바텐더의 칵테일쇼를 줄이고, 손님과의 대화를 강조한 게 토킹바다.
그리고 거기에서 좀 야하게 옷을 입는 정도가 섹시바다.

당연히 별 것 없다.
미래의 내 부인이여,
오해마라. -__-;
아직은 불필요한 여성과의 대화를 굳이 갈망할 까닭이 없다.
곧, 섹시바의 입장에 내 의지의 개입은 0%다.
사회적인 업무협력을 위해 가자면 가주는 것, 별 것 아닐 뿐이다.



우리 테이블의 담당은 입사 이틀 차랜다.
신입이 아닌 신규 입사를 강조했지만 22세의 풋풋함은 느껴진다.

흩날리는 대화 속에 그녀는 이대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새삼 작은 충격이다.

편견은 없다.
단란주점 웨이터를 해봤던 내가 그녀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도 우습다.
그럼에도 사실,
몇 년 전엔 신문에서 봤을 법한
명문대생의 서비스업 종사가 작은 충격이긴 하다.

저녁엔 섹시바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고,
아침에 잠깐 눈을 붙인 후
오전엔 밸리댄스를 배우고,
오후엔 미술 학원을 다니며,
저녁엔 다시 섹시바에서의 알바가 반복되는 일상이다.

어떻게 보면 방학기간에 학원까지 다니며 자신의 분야에 열정을 쏟는 모습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혼란스럽다.

혼란의 핵심은
그녀가 아닌 나다.

별 것 아니라며 섹시바에 입장한 내가
별 것 아닌 섹시바에서 일하는 그녀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던 것이 성차별적이지 않은 지,
촉망받는 단란주점 웨이터로서 일했던 내가
그저 옷만 좀 야하게 입은 게 고작인 그녀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던 것이 성차별적이지 않은 지
나를 반성한다.



좀 더 젊던 시절이라면
그녀를 그냥 그대로 인정했을 게 분명하다.
직업적 편견 없는 삶의 주체자로서의 행위를 나는 존중해 왔다.

곧 내 혼란은
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의미했다.

두려웠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 역시도 보수화 되어가는 건 아닌지,
전통적인 가치와 사회의 안정을 추구해 가는 건 아닌지.
잃을 게 없기에 당당할 수 있었던 나 역시도 지키고 싶은 게 생긴 건 아닌지.

- achor


본문 내용은 5,72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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