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좌파 (20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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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821 Vote: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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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수와 진보, 양자택일의 문제라면 후자의 위치에 보다 가까운 편이었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문제에 있어서도 후자에 가까워 왔었다.
특히 부나 학식과는 전혀 상관 없이 한 가정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마땅하다는 입장이었었다.
...
결국
이념과 철학, 이상과 신념은
개인의 행복과 가족의 화목 앞에서 그저 공허한 메아리였던 게던가.


일요일, 비가 예고된 가운데 또 다시 사옥방호를 서야 하는 입장에서
강남좌파 이야기는 시의적절 하지 않은가.

소박한 개인의 행복과 투철한 사회적 정의 가운데
선택은 쉽지 않도다.

아래는 강남좌파에 관한 한국일보 기사.

- achor



사회
"양극화가 나를 강남좌파로 만들었다"
승자독식 양극화 시스템이 만든 부유한 진보주의자 '강남좌파'
광우병 사태 ·盧 전 대통령 서거 등 거치며 정부와 대척점 형성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한국사회에서 부와 진보는 오랫동안 섞일 수 없는 범주에 속하는 개념이었다. '부유한 진보주의자'는 그 희귀성 때문에 일종의 형용모순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 등식에 균열이 일고 있다. 최근 빈번한 '강남좌파'의 회자가 그 예다. 강남좌파는 강남이라는 특정 지역에 한정된 부류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부를 축적했음에도 진보적 사고를 갖춘 이들의 독특한 성향을 '강남'과 '좌파'라는 대척점에 선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왜, 언제부터 자신의 이익과 상반된 진보적 이념을 좇게 된 것일까.

한국일보는 강남좌파의 삶과 사고를 들여다 보기 위해 자칭, 타칭 강남좌파로 분류되는 20세 이상 남녀 1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강남좌파의 특성을 도드라지게 드러낼 수 있도록 설문조사 대상은 진보 진영의 기반이 가장 취약한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 집을 소유한 이로 한정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강남좌파의 특성을 갖춘 가상의 '나'를 소개한다.

전동차가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을 지날 때, 페이지를 넘긴 새 챕터의 굵은 활자가 눈길을 잡아맸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말부터 읽기 시작한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중 13장이다.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84년 대치동으로 이사했다. 8학군 중학교를 가야 한다는 어머니의 강력한 주장 때문이었다. 덕분인지 제법 괜찮은 서울 상위권 대학을 다녔고, 시위나 학회(동아리) 세미나에 끌려 다니며 모종의 윤리적 의무감을 내면에 장착했다.

나는 7년 전 결혼했다. 역삼동 109㎡ 넓이의 아파트는 부모님이 예전에 내 몫으로 마련한 것이다. 광화문 회사 근처에 집을 얻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내나 나나 강남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지척의 백화점 영화관 공연장 전시관, 즐비한 레스토랑과 카페…. 몸에 밴 고급 취향이 발길을 붙들었다. 또 아이가 태어나 괜찮은 영어유치원에 다니려면 어차피 강남으로 와야 한다. 사실 강남 친구들을 만나면 말도 통하고 마음도 편하다. 아이에게도 강남 네트워크를 물려주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이런 욕망이 한때 '노빠'였던 내 정치의식과 충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 출범 때부터 예상한 것이지만 마치 시대의 시곗바늘을 과거로 돌려놓은 듯 정부의 비민주적 행태는 인터넷을 볼 때마다 개탄을 자아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때는 대학 때도 억지로 끌려다니던 시위에 자발적으로 참여케 만들더니, 인터넷에 정부에 불리한 글을 올렸다고 '미네르바'를 구속하지 않나, 급기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이르기까지 점입가경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자본주의 체제의 승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이 가혹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을지 늘 불안하다. 성과 목표는 달성이 힘든데, 부장, 이사, 상무? 다 남의 얘기일 뿐이다. 그저 좀 풍족하게 사는 노동자, 그것이 내가 가진 계급의 숨겨진 상처다.

얼마 전 술에 취해 불렀던 대리운전 기사는 한 달에 100만원 벌기도 쉽지 않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취기가 가셨다. 피자 배달원이 헐떡이며 가져온 식은 피자가 그의 월급에서 감해지는 조건으로 공짜로 제공된다는 걸 진작에 알았다면 아마 먹지 않았을 것이다. 불매운동이라고 했을 것이다.

우린 모두 고속 러닝머신 위에 올려져 있다. 죽도록 뛰어봐야 제자리다.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 경쟁만 강요하는 승자독식의 이 지독한 양극화 시스템에서 승자란 없다. 겉멋 든 '강남좌파'라고 비아냥거려도 좋다. 적어도 '강남꼴통'보다는 낫지 않은가.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1/02/25 09:25:37 수정시간 : 2011/02/25 10:36:23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02/h2011022509253621950.htm


본문 내용은 4,95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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