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분향소 (200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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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953 Vote: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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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덕수궁 분향소

덕수궁에 위치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탓에 차례를 기다릴 시간은 안 돼서 헌화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헌화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__-;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일상 속에서
덕수궁에 가는 것이 그리 녹녹한 일만은 아니었습니다만
가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른 후에 후회할 것만 같았습니다.

한때는 영웅과도 같았으니까요.
봉화마을은 못 갈 지언정 가까운 분향소조차 가지 않는다면
제 과거의 삶에 미안해 질 것만 같았습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치열했던 추억을 되새겼고,
시청에서 종로까지, 청계천을 지나 터벅터벅 거닐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민중가요 소리가 아련하게만 느껴지더군요.

떠난 후에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함께 하는 그 순간의 소중함을 망각해 버리는 인간의 근시안이 안타까웠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꿈만 같습니다.
노무현과 자살은 어쩐지 안 어울리는 것만 같습니다.

死公明走生仲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내듯
아무쪼록 이번 일이
지역감정 해소와 권위주의 타파 등
고인이 생전에 미완으로 남겨두었던 한국 사회의 과제들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문득문득 잊게 되는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들의 소중함을
되새겨 봐야겠습니다.

- achor


본문 내용은 5,65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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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영2009-05-28 11:36:08
서거소식을 들었을때 니생각이 나더라..
서민들이 만든 분향소가 신촌역쪽에도 있다고 하던데..덕수궁으로 다녀왔구나.

사람들이 바른 선비를 사랑하는 것이
호랑이 가죽을 좋아하는 것과 같거니.

살았을 땐 죽이려 하더니,
죽고 난 뒤엔 아름답다 칭찬한다네.

왜 이렇게 이말이 가슴에 와닿는지 모르겠다.

 achor2009-05-28 16:37:26
서울역 분향소에 유시민이 상주로 있다고 해서 서울역쪽으로 갈까도 했지만
아무래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분향소를 찾는 게 맞을 듯 해서 굳이 덕수궁으로 다녀왔지요.

그리워 하고 아쉬워 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일부 조문객들의 반정부시위나 이명박탄핵 등의 움직임은 조금 우려스럽더라.
물론 경찰의 강경한 자세가 가장 불만이긴 하지만 말야.

사람들이 극단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 대신
다음 선거에서 오늘을 기억하고, 또 생활 속에서 보수 언론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으이.

그나저나 잘 살고 있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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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