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마지막 100분 토론 (200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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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725 Vote: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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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멋진 마무리였다.
날카로운 대립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웃음과 여유가 있는 분위기가 보기 좋았다.

8년이라고 하니 엄청난 시간 같은데
2002년이라고 하니 그리 오래 전 느낌은 아니다.
손석희는 그렇게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을 통과하여 100분 토론에서 떠나갔다.

지내온 시간마저도 치우침이 없었던 건 아닌가, 미소를 지어본다.


손석희의 마지막 방송이란 점도 매력적이었지만
패널로 예고된 유시민, 노회찬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KBS에서 준비했던
대폿집 토크 유시민, 노회찬, 홍준표의 패널만큼이나 대단했던 게다.
물론 또다른 야당쪽 송영길 역시 평균 이상의 패널임은 의심할 여지 없다.

여당쪽에서는,
때때로 나와 생각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나마 토론을 할 줄 아는 홍준표나 전원책 정도가 나오면 좋겠다 싶었었기에
홍준표의 초대 고사는 좀 아쉬운 면이 있었다.

그렇다 해도 박형준이 나왔으니 2007년에 밀릴 것은 없었다.
다만 일부 누리꾼들에 의해 소위 국쌍으로 통하는 나경원이 나온 것이 완벽한 옥의 티였긴 했다.
그녀가 소위 젖녀, 혹은 오크녀로 통하는 전여옥 보다는 낫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패널들과 토론을 할만한 급은 아니었다.


유시민은 여전히 날카롭고, 박식하였지만
박형준의 말처럼 정말이지 그간 도라도 닦았던지 꽤나 많이 유순해 진 느낌이었다.
다소간 설교적 말투 속에서도 상대 입장을 견지하며 여유를 유지하던 모습은
예전보다 보기 좋았다.
물론 내가 하고팠던 말을 속 시원히 대신해주던 통쾌함이나 후련함은 조금 누그러졌지만.

노회찬은 여전히 유머 넘쳤다.
그의 비유적 화법은 날카로운 토론 속에서 작은 웃음이 되어주었다.
물론 단순화 시키고, 희화화 시킴으로서 사안을 왜곡시킬 여지가 없잖아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당연하게도 자신의 주장과 맞지 않으면 버럭 소리부터 지르는 전여옥 스타일보다는 훨씬 나은 토론의 모습이었다.

박형준도 상대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았고,
자신의 주장도 부드럽게 전개해 나갈 줄 알았다.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시인하고,
또 모르는 것은 차치 하더라도 꾸미거나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려는 태도는 보기 좋았다.

송영길 역시 상대적으로 발언기회가 적었지만
자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고집부리지 않고, 경청할 줄 알았다.

예상대로 나경원만은 급이 달랐다.


즐거운 토론이었다.
100분 토론를 좋아했던 시청자로서 손석희와의 이별은 꽤나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또다른 진행자를 통해 새롭게 변모할 토론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한다.

이렇게 차곡차곡 시민사회, 민주사회가 발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리라 희망을 갖는다.

더불어 나 또한 가볍게 참여하고 있는 국민참여당에서의 유시민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 achor


본문 내용은 5,46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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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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