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vs 유시민 (2010-05-14)

작성자  
   achor ( Hit: 5886 Vote: 12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정치

1.
내가 친 유시민적이기 때문일까.
유시민의 TV토론을 보는 것이 즐겁다.

그 즐거움의 이유가
유시민의 언변이 뛰어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친 유시민적이기 때문인지
잘 판단되지는 않지만
반 유시민자에겐 유시민의 논조와 표정, 토론자세가 싫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2.
오늘, 김문수와 유시민이 맞짱토론한 SBS의 시사토론은 매우 재미있었다.
둘 다 인정할만한 정치인이기도 했고, 또 언제나 유시민의 토론은 즐거운 이유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토론 자체는 좀 일방적인 면이 있었다.
유시민 같은 논객에게는 오히려 김문수 같은 이가 더 어려운 상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전여옥이라면 최선이고, 차안으로 나경원 같은 이도 괜찮다, 그런 정도의 상대라면 유시민의 강점이 잘 살 수 있을 것인데
김문수와 같이 그래도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알고, 인정할 줄 아는 이가 상대라면
유시민의 다소간 적극적, 혹은 공격적인 논조는 상대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시킬 수도 있겠다, 싶었다.

김문수는 많이 밀렸지만 그 세련되지 못한 어수룩함이 그의 강점인 것도 같다.



3.
TV토론을 보면서 든 생각은,
유시민, 정말 공부 많이 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다.
예상되지 않은 질문을 받았을 때 막힘 없이 답할 수 있는 것,
혹은 예상된 질문이라도 제대로 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만큼 학습을 많이 했고, 지식을 갖고 있는 것 외에는 없다.

사소한 부분까지도 캐치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시간을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김문수의 모든 질문에 효과적인 답을 내놓는 유시민을 보며,
정말 많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혹은 보좌관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유시민의 능력이겠다.



4.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러했다.
나는 그의 도전적이고, 일관적인 발자취도 좋아했지만
그가 출연하는 TV토론 보는 것을 매우 좋아했었다.

그의 토론은 항상 명쾌했고, 많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많은 이들이 노무현-유시민의 계보로 정치적 지지를 나타내는 가장 큰 까닭에는
그들 간의 인간관계나 정치적 노선의 동질성 이전에
TV토론이든 뭐든 그 대상이 무엇이든
그들 자체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준비하여 완성된 형태의 결과물을 내놓는 데 있는 것도 같다.

노무현, 유시민이 행하고 있는
사안에 대한 그 정도의 철두철미한 분석, 그리고 학습은
부러운 능력의 수준이다.



5.
그렇지만 나는 김문수를 이해할 수 있다.
비록 많은 유시민 지지자들에 의해 현재는 그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나는 그를 한나라당 최고의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상대가 유시민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주, 지인의 소개로 오세훈 선거캠프의 조직특보와 1시간 여 가벼운 티타임을 가졌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내 정치적 성향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았었는데
이는 상대가 누구일 지라도 애초에 정치적 발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동방예의지국에서 연배가 한참 높은 초면자와 굳이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정치적 주관보다 개인의 영달이 더 큰 면도 없지 않았던 것도 같다.

물론 갖은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던 김문수가 나와 같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김문수의 변절을 인간적으로는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다.



6.
오늘 유시민을 보며,
열정을 갖고, 맡은 바 업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서 정치의 미래를 봐왔긴 했지만
새삼 그의 엄청난 공력,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데에 진심으로 놀랐다.

- achor


본문 내용은 5,30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diary/1345
Trackback: https://achor.net/tb/diary/1345
RSS: https://achor.net/rss/diary

Share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오바쟁이2010-05-15 14:18:51
저도 유시민 후보 지지자로써 흥미를 가지고 토론을 지켜봤습니다. 토론이 끝날때 쯤엔 김문수 현도지사에게 인간적으로 끌리게 되더군요 ^^; 두분 다 참 대단하신분 같습니다.

 achor2010-05-15 14:39:59
당당하게 TV 앞에 나와 정도를 지켜가며 토론한 두 사람 모두가 승자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축복받은 사람들은 경기도민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어떤 면으로도 경기도의 후보 풀이 월등한 것 같습니다.

 헤밍2010-05-19 09:41:42
오라버니가 쓴 이글 갠적으로 너무 재미있다는. 얼마전에 김문수와 유시민의 시사토론을 대단히 재미있게 본 시청자로서, 이직하고 3일째 출근하는 아직은 부적응 회사원으로서 ㅎㅎㅎ

 achor2010-05-20 22:25:50
곧 있을 MBC 100분 토론도 기대 중~
오늘은 야근으로 어쩔 수 없었지만 조만간 밥 한 끼 하자.

Login first to reply...

Tag
- 정치: 과두정 대한민국 (2008-02-26 12:17:51)- 정치: 오랜만에... (2004-04-16 18:59:13)

- 정치: 낙태 금지에 반대하라 (2010-05-03 01:38:01)- 정치: 욕하는 자들은 부지기순데 반성하는 자는 없도다... (2011-02-01 08:27:47)

- 유시민: 6.2.지방선거 (2010-03-25 01:17:50)- 유시민: 유시민의 첫 발을 주목하다 (2005-04-04 22:15:33)

- 정치: 정책공감, 어쩔 것이냐 (2011-03-11 11:29:19)- 정치: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은? (2011-11-04 00:03:05)

- 정치: BBK 무혐의 이후... (2007-12-06 04:22:19)- 유시민: 유시민을 축하한다 (2010-05-14 02:51:07)



     
Total Article: 1961, Total Page: 273
Sun Mon Tue Wed Thu Fri Sat
            1
만삭 촬영 [2]
2
낙태 금지에 반대..
3
최현미 경기를 보..
4
커뮤니케이션전략..
5
어린이날의 잡담
새우버거, 니가 짱..
6 7
면접을 보며...
8
어버이날
9
중앙대와 두산 [2]
동혁이형, 이제 그..
10 11 12 13
유시민을 축하한..
14
김문수 vs 유시.. [4]
I don`t care
15
대세는 애프터스..
심상정에게 말하..
16 17 18
차라리 통일을...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제주
30 31
서울, 여전하다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Poll
Only one, 주식 or 코인?

주식
코인

| Vote | Result |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추천글closeo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