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드컵 열기가 한창 뜨거울 즈음이면 우리 용용이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겠거니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난 밤, 대한민국의 아쉬운 석패와 함께 나의 월드컵은 이미 끝나 있다.
행복한 여름을 만들어 준 선수 및 코칭스탭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2.
월드컵 전까지는 SBS의 단독중계에 엄청난 반감을 갖고 있었는데
막상 월드컵을 보고 있자니 그 반감이 희석되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종국에는 만약 좋아하는 MBC가 단독중계를 했었더라면 그렇게까지 반감을 갖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미워했던 SBS 아니던가.
물론 SBS가 잘했다고 이야기 하는 건 결코 아니다.
3.
단독중계 논란은 차치 하더라도 국가 연주 시 가사를 자막으로 깔아줬던 건 탁월했다고 본다.
무의미한 시간을 유의미 하게 만들어 냈다.
4.
아쉬운 골 결정력을 보며, 내내 통일을 생각했었다.
시장에서의 객관적인 가치는 우리쪽 공격수들이 훨씬 더 높지만
그래도 정대세가 스트라이커였다면 더 좋은 성과를 냈을 것만 같다.
축구를 위해 통일을 하는 건 이상하기도 하지만
축구를 통해 통일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된, 나 같은 이가 한 명이라도 늘어났다면 아무튼 좋지 아니한가.
5.
다시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지도 모르는 2022년.
따져보니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있을 사실에 막막해 졌다.
한 번에 한 칸씩 가지 않고, 네 칸이나 뛰어버리는 월드컵은 형벌이다.
1998년, 광화문의 새벽 빗속에서 응원했던 게 아직 선명한데
그만큼의 시간이 다시 흐른다면... 막막하다.
6.
그래도 다음 번 월드컵은 용용이와 함께 응원하며 볼 수는 있겠다.
성적이 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오래 행복해 할 수 있도록 다음에는 16강 이상의,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해 본다.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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