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봄은
2년 전과 여러 모로 닮아 있다.
나는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며 조금씩 더 아빠가 되어가고 있고,
MBC는 언론의 자유를 위하여 파업을 하고 있으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MBC의 하이킥은 종영을 했다.
사실 아직 짧은 다리의 역습 마지막회를 보지는 못했다.
2년 전 충격적 결말에 시청자의 항의가 쇄도했다는 기사를 본 후 재방을 통해 봤던 것처럼
이번 역시 언론을 통해 이른바 열린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을 먼저 접한다.
어떤 이들은 기대만큼 웃기지 않는 시트콤에 실망했을 수도 있겠고,
어떤 이들은 완성되지 않은 결말에 찜찜함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나는 하이킥의 내재되어 있는 진중함을 좋아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알고 보면 속이 깊다.
희극 속에 비극이 존재하고,
사소한 일상 속에 삶에 대한 성찰이 묻어 나온다.
감독도 놀랍지만 작가에 더욱 놀랐다.
여느 시트콤처럼 마냥 웃기기만 했다면 사람들이 더 좋아했을 지도 모른다.
여느 드라마처럼 고시를 준비한 사람은 고시에 합격하며 행복하게 끝났다면 사람들이 더 만족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랬다면 하이킥이 이야기 해온
삶 속에서 인물은 성장하고, 변화하며, 또 다시 살아가는 일상과는 차이가 있었을 수도 있다.
2년 전,
퇴근을 하면 하이킥이 시작되었고, 저녁을 먹으며 하이킥을 봤었다.
평온하고 만족스런 일상이었다.
삶이 좀 분주해진 후 하이킥을 볼 수 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었고,
그것이 어쩌면 나로 하여금 하이킥에 좀 더 애착을 갖게 했을 수도 있다.
하이킥이 그려 놓은 가벼움 속의 진중함에는
내 소박한 일상이 함께 깃들여 있었는 지도 모른다.
이번이 하이킥의 마지막 씨리즈라고 한다.
더 이상의 하이킥은 없다.
한국형 시트콤이든, 그냥 일일 연속극이든
좋은 작품이었다, 하이킥은.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라도 종영 후 언론과 시청자의 아쉬운 반응에 실망하고 있다면
여기, 이렇게 하이킥을 좋아한 이도 있었다고 손 번쩍 들어 박수를 보낸다.
귀여니를 보러 왔는데 신경숙이 나오면
불만 가질 이도 있겠지만 더욱 반가워 할 이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며,
더욱 멋질 당신의 다음을 응원한다.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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