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소스코드, 존 프럼, 2022, 한국, 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백만년만에 읽은 소설이다.
한때 문학소년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나조차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근래 소설을 읽지 않았다.
효율성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문자를 읽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지금의 삶에서 그 시간에 소설 대신 기사를 읽는 것이 내 삶에 도움이 된다 생각해 왔다.
맞다, 핑계다. 읽으려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었다.
다시 이렇게 문학을 읽은 까닭은 아이러니 하게도 과학 때문이다.
근래 나는 양자역학이라거나 초끈이론 같은 최신 과학 이론에 흥미를 갖고 있었고,
이 소설은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다룬 단편인데,
독특하게도 시뮬레이션 우주론이 사실로 밝혀진 그 이후의 세상을 다룬 희귀작이라 하여 관심이 끌렸다.
소설은 다큐멘터리 인터뷰 방식으로 쓰여져 있었다.
과거 문학소년이던 시절
나는 민감하지 못한 오감으로 인물이든 사물이든 묘사를 해내는 데 부족함을 많이 느꼈였는데
다큐멘터리 인터뷰 방식은 그런 내가 활용하기 좋은 기법인 듯 싶었다.
특성 상 묘사가 거의 필요 없고,
플롯을 논리적이고, 계산적으로 잘 배치한 후 명료하게 설명해 가면 되어서
복선을 깐 후 잘 회수하고, 인과관계에 따라 잘 구조화 하는 것을 좀더 잘 하는 내게
꽤나 유용한 방식일 듯 싶었다.
훗날 소설을 쓰게 된다면 다큐멘티러 인터뷰 기법을 써야겠다. 😶
소설에서는
우연찮게 중력파의 중첩에서 신의 소스코드를 발견한 후 세상이 코드로 만들어진 시뮬레이션임을 알게 되는데
직후에는 사회적 혼란, 종교의 몰락 등이 있었지만 결국 So Fucking What의 구호로 결국 세상은 다시 안정된다.
신의 소스코드를 활용하여 인류는 또 다른 시뮬레이션 세상을 만들고,
우리 세상을 만든 상위의 세상으로 이동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상위의 세상 또한 시뮬레이션이었으며, 주인공은 상위의 상위, 그 상위의 상위로 계속 태초의 세상을 찾아 떠난다.
작가의 과학적 기반은 탄탄하다고 생각했지만 상상력은 좀 부족하다고 느꼈다.
작가가 택한 결론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대한 답은
다소 뻔하고, 가장 쉬운 선택인 느낌이었다.
그래도 소재의 참신함, 개인적인 흥미 덕택에 즐겁게 읽어냈다.
작가 존 프럼은
시뮬레이션 우주론 뿐만 아니라 복제인간, 차원이동 등 완성되지 않은 현대 과학에 상상력을 부여하며 익명으로 소설을 써나가는 듯 싶다.
부러웠다.
팀장에서 내려와 시간적 여유가 좀 생긴다면
나 또한
완벽한 익명 속에서 과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상을 하며 소설을 써나가는 삶을 살아 보고도 싶다...
- achor
본문 내용은 24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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