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첫 일기 (2006-01-16)

작성자  
   achor ( Hit: 2233 Vote: 15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1.
10년 전 즈음에는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았던 서른이
어느덧 벌써 3주차다.

그렇지만 서른,
30대의 삶은 아무 것 변한 것 없이 여전하다.
비상식적인 일상도 여전하고,
해를 넘겨도 2004년 여름의 달력이 걸려있는 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 무엇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그토록 두려웠던 서른이라는 것이
막상 닥쳐보니 일상에 치어 별로 생각도 못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그저그런 일상 속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내게 서른은 작은 우울함조차 되지 못했다.
닥치기 전에 상상 속의 서른이 두려웠던 것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2.
사무실에 바퀴벌레가 없어진 이후 불개미가 늘었다.
이 녀석들, 먹을 것도 없는 우리 사무실에 뭘 바라고 자꾸들 몰려드는 지 모르겠다.

사실 그간은 그 작은 불개미 정도야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 개미들이 자꾸 주전자 안으로 입수하고 있어서 적잖이 문제가 되고 있다.

뭐 개미 몇 마리 들어간 커피 마신다 해도 죽을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개미가 들어가 있지 않은 커피를 마시는 게 더 좋은 일이 아니던가.

언젠가는 개미가 둥둥 떠 있는 물을 버리며 주전자를 바라보다가
문득 내 자신이 슬퍼졌었다.

이 개미들, 자신이 물에 빠지면 죽는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입수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결국 삶을 후회할 것을 알지 못해 바꾸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3.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요즘 들어 종종 떠오른다.
언젠가는 희미해 질 것을 알지만 아직까지는 생생하다.

내가 만날 최고의 여인은 이미 만났었다는 말을 되뇌일 시절에
나는 정말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었던 것일까.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40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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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숲
2006-01-16 22:51:35
근거없는 자신감이 살아가는 힘이 되던 20대도 소중하지 않겠느냐.
나 역시 지금은 서른이란 단어가 모래알처럼 입안에서 씹히지만,
내 나이에 어울리는 활기를, 건강함을, 매력을 찾기를 바란다.
20대의 아처만큼 30대의 섹시한 아처도 잘 어울린다, 힘내거라 *^^*
± ×

 achor
2006-01-18 12:15:23
어쩐지 모래알,이란 단어에서 여전한 네 문학적 역량이 느껴지네. 요즘 독서량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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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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