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제 (2002-03-11)

작성자  
   achor ( Vote: 32 )
분류      개인

개강을 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아직 학교에 한 번 못 갔다.
매일 가야지 하면서도 나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가질 않고 있다.

올 4학년을 맞이한 나는 한 가지 커다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전혀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이제는 예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버리니 그 감회가 다르다.

나는 4년 안에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학기 최대 학점을 3학점 초과하여 23학점을 듣게 됐지만
그럼에도 내게 남은 전공 이수 학점은 24학점이나 된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서 한 학기에 수강할 수 있는 총 학점수는 20학점.
곧 나는 졸업을 하기 위해서 4학점이 부족해져 버린 게다.

그렇지만 뭐 별 걱정하지는 않는다.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내게 있어서 죽음보다 심각한 문제는 존재할 수 없고,
그러기에 모든 문제는 내게 가볍다.
게다가 나는 애초에 대체로 그 대안을 준비해 놓는 편이라서
이번 역시 4년 안에 졸업할 수 있는 회심의 대안을 갖고는 있다.

오늘 오전에는 할 일 없이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카페를 보았다.
이것은 내게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내가 웹서핑을 싫어하는 까닭은 분명하지 않다.
페이지 로딩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나 내 하드의 임시 인터넷 공간에 쓸모 없는 파일이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웹서핑의 직접적인 기피 이유라고 보기엔 다소 어폐가 있다.

어찌됐든 나는 오늘 웹서핑을 하였고,
심지어 회원가입해야만 볼 수 있는 그들만의 컨텐츠를 보기 위해
역시 기피하는 회원가입까지 해주었다.

아처,란 검색어로 찾아낸 그 카페는 이제 막 대학생이 된 02학번 여자 몇 명의
친목공간이었던 것 같다.
요즘 그 나이 또래들이 관심 갖고 있을 법한
연예인이나 남자이야기, 심리테스트, 명품 뭐 그런 이야기들이
주절주절 쓰여져 있었다.

누가 어디를 수술했다느니,
뭘 몇 번째로 고르면 성격이 어떻다느니,
그런 이야기들을 보면서 좋은 느낌은 안 들었지만
사실은 부러웠다.

시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나에게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서태지나 듀스, 전람회나 Next를 이야기했던 적이 있고,
친구들이 내준 심리테스트에 즐거워 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 4학년이 주는 감정일까?
저학년 시절의 풋풋한 느낌들이 그립고,
드라마에서 보던 대학생활의 낭만이 부럽다.

지금 내게는 삶의 재미가 별로 없다.
내 현재의 가장 큰 흥미는 정치일 정도로 내 삶은 다소 맥이 빠져있다.

요즘 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혹은 군대의 고위인사여도 괜찮겠다.
민주당 당내 경선이 아주 흥미롭다.

군인은 그 실질적인 힘이 마음에 든다.
군대의 힘은 칼과 총을 갖고 있는 가시적인 힘이다.
내가 군인이었다면 사회에 총칼을 들고 뛰어들어와 조선일보나 옛 친일파 등을 제거한 후
당당히 내 쿠테타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싶다.

보수를 제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당한 보수는 사회의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사실을 왜곡시키는 일이나 기회주의자들을 증오할 뿐이다.

이런 것들이 내 삶의 흥미다.
그럼에도 나는 바쁘다.
타성적으로 흘러가는 하루임에도 나는 게을러 하느라 시간이 부족하다.
게을러 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빈둥거려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매일 일을 해놓지 못해 문제다.
이것은 나의 문제다.

지금 나는 나서려는 순간이다.
이제 나는 머리를 자르려 한다.

어제 자르러 가려 했지만 다소 아쉬운 마음에 하루 미루고,
이제서야 다시 결심하고 나선다.

머리를 자르는 것이 나를 변화시키지는 않겠지만
심적으로 나를 재무장시켜 좀더 내가 생산적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새로 나온 핑클이 별로 보고 싶지 않을 만큼
요즘 나는 맥이 빠져있다.
이것은 나의 문제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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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goob2002-03-12 08:58:22
공익은 군대의 고위인사가 될수는 없어. 그것이 오빠의 문제야.--;

 이선진2002-03-13 16:20:35
학점이수대안이라는 것이 계절학기말하는거여요? 계절학기로 처리함 될듯도 싶은데 ^^ 얼른 학교 가시고..학교 갔다 오는 길에 맛있는거 먹어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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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