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녀와서... (2003-04-02)

작성자  
   achor ( Hit: 1691 Vote: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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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지난 학기 수원에서 들어야할 수업은 모조리 들어버려
다시는 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수원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정보통신공학부에서는 졸업을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해야 하는데
제가 배정받은 랩실에서는 그것을 매주 수요일, 오후 8시부터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한다 하더군요.



등촌동에서 율전동까지 이어지는 장구한 레이스를 거쳐 허겁지겁 랩실에 도착했을 때,
고작해야 세 명밖에 없는 인원으로 첫 세미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신청하라던 졸업논문 신청을 하지 않았더니
가나다 순으로 자동 배정받은 랩실은 퍼지시스템연구소든가 뭐든가. --;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던 알고리즘과 유전자의 증식, 돌연변이 등이 수학적인 복잡함 속에서 혼돈되는,
아. 한 마디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만 나열되는 공간이었습니다.

저는 학교 행정상의 오류로 제가 잘못 배정받았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복수전공자인 만큼 행정적인 오류가 있을 수 있겠다, 생각하였던 것이지요.

그것은 분명 정보통신공학부의 영역이 아닌 듯 했습니다.
생명공학쪽에서나 배울 법한 유전자를 왜 컴퓨터를 전공하려는 제가 배워야 하고, 또 세미나 발표를 해야 한단 말입니까. !_!

그리하여 세미나가 끝나고 몇 안 되는 동료들에게 물어본 즉슨
이것은 정보통신공학부의 영역이 틀림 없고, 그 중에서도 전기계통의 학문이라 하더군요.
끙. 전기 같은 것에는 전혀 한 눈 판 적 없건만 졸업 논문을 전기에 관련되어 쓰게 될 줄이야. --;

어쩌겠습니까.
저는 이번만큼은 졸업을 하겠다는 투철한 생각을 갖고 있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해야만 한다는데 해야지요. !_!

무사히 졸업하신 당신께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



날씨가 많이 따뜻해 졌다고
학교 교정에서는 파릇파릇해 보이는 남학생, 여학생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고 있더군요.

그들의 생기있는 노래소리를 들으니 괜히 저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몇 해 전 제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는 추억이 은글슬쩍 떠올랐고,
한편으로는 그런 젊음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늙어가는 것이구나, 다른 한편으로는 슬퍼지기도 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또 매주 목요일 오전마다 대학로 학교에 갈 예정입니다.
마지막 남은 보류, 신방과.
사업자등록증이든 재직증명서든 뭐든 무시해 버리시는 엄청난 공력의 노교수님 덕택에
제 마지막 학창시절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지요. --;

어느 화창한 날의 오후 햇살처럼
대학은 마냥 아름다운 공간 같습니다.
사실은 영원히 다니고 싶을 만큼. --+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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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gaJ2003-04-03 05:15:39
헉..요즘에두 대학에서 둥그렇게 둘어앉아 노래를 불러? 왠지 안그럴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근데,난 왜 그 전형적인 캠퍼스 모습이 지금도 싫지?
아~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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