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201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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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798 Vote: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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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돌아가신 할머니, 그리고 용민의 생일이다.


그 시절 사람들이 으례 그러하듯이
내 아버지 역시 실제 생일보다 호적은 1년 늦게 돼 있으시다.
이것이 뜻하지 않은 축복을 가져다 주었다.

지난 해 아버지 회갑연은 치뤘지만
아무튼 문서적으로 보자면 오늘이 회갑.
덕분에 이렇게 하루 신명나게 놀고 있다. -__-;

나를 비양심적이라고 탓할 건 없다.
오늘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의 첫 번째 할머니 생신이기도 하여 어차피 가족행사가 크고,
또한 원래는 부모님 회갑 때 이틀의 휴가가 나오지만 바쁜 회사를 생각하여 하루만 쉬기로 하였으니
나는 꽤나 양심적인 축에 속하는 게다.


지난 밤, 밀린 용용이 사진과 동영상을 모조리 올리곤 일찍 잠들어
느지막히 일어났다.
아침 겸 점심으로 크래커에 커피 한 잔 마시곤
언제나처럼 컴퓨터 앞에 눌러 앉는다.
지난 주말 시켜놓은
아내를 위한 체중계와 출퇴근 시 들으려고 구매한 Radio겸 MP3 플레이어가 도착한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평온하다, 평온한 평일의 모습이다.


이런 날이면 achor WEbs. 시절이 당연하다시피 떠오른다.
평온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정말 행복하였지만
삶에 대한 걱정은 많았던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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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바퀴벌레가 없어진 이후 불개미가 늘었다.
이 녀석들, 먹을 것도 없는 우리 사무실에 뭘 바라고 자꾸들 몰려드는 지 모르겠다.

사실 그간은 그 작은 불개미 정도야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 개미들이 자꾸 주전자 안으로 입수하고 있어서 적잖이 문제가 되고 있다.

뭐 개미 몇 마리 들어간 커피 마신다 해도 죽을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개미가 들어가 있지 않은 커피를 마시는 게 더 좋은 일이 아니던가.

언젠가는 개미가 둥둥 떠 있는 물을 버리며 주전자를 바라보다가
문득 내 자신이 슬퍼졌었다.

이 개미들, 자신이 물에 빠지면 죽는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입수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결국 삶을 후회할 것을 알지 못해 바꾸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전혀 연관 없어보이는 SBS 드라마 연애시대,를 보고 나서 일반적인 회사의 취업을 결심했고,
그렇게 2년이 흐른 지금,
드라마에 나올 법한 전형적인 유부남이자 회사원의 모습으로 완벽히 변화돼 있는 내 일상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이렇게 평생을 고즈넉하게 살아가야 하는 건지 안타깝기도 하지만
이미 주어진 기회 속에서 실패한 것이 아닌가 반추해 본다.

- achor


본문 내용은 5,35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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