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간 시간이 된다면 가급적 보고자 했던 TV 드라마가 2개 있다.
MBC의 지붕뚫고 하이킥과 KBS의 추노가 그것이다.
하이킥은 못 보면 마는 편이었고, 추노는 못 보면 torrent 등으로 어떻게든 구해서 보는 편이었는데
하이킥보다 추노가 더 가치 있기 때문은 아니었고
그저 하이킥은 구해서 보기에 편수가 너무 많은 측면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초록뱀미디어의 작품인데
추노 방영 초창기 이것 대박나겠다 싶어서 주가정보를 주시한 적도 있다.
하이킥은 지난 주 종영을 했고, 추노 또한 이제 다음 주면 종영을 한다고 한다.
어쩐지 아쉬운 감정이 들어온다.
2.
오늘, 하이킥의 마지막회(126회)가 재방되었다.
신문을 통해 대충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은 역시, 허전했다.
김병욱 감독의 전작들은 차치하더라도 비극의 느낌은 예상했지만
단순히 이뤄지지 않는 사랑의 수준이 아니라 죽음으로 결말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전작 거침없이 하이킥 등은 몇 편 보지 못해 비교가 불가능 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지붕뚫고 하이킥은 내가 본 최고의 시트콤이었다.
시트콤다운 재미와 웃음이 있었고,
빨간 목도리, 노란 목도리 등
문학적인 복선과 암시, 비유와 대유로 짙은 감동 또한 있었다.
추노 역시 좋은 드라마다.
장혁 등 배우들의 연기도 좋을 뿐더러
그들이 갖고 있는 사상이 특히 마음에 든다.
바꿀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르지만 태어나 뜻한 바를 향해 최선을 다하면 그것만으로도 족한 송태하의 생각도,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어차피 거기에서 거기인 삶, 사랑하는 가족과 먹고 살 땅이 있어 소소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족하다는 이대길의 생각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또한 대개의 드라마보다 많은 주연급 인물들이 등장하여
각각의 삶이 교차하면서도 각 인물들의 심리를 놓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점도 좋다.
이를테면 최대의 악인으로 등장하는 황철웅까지도
그럴 수밖에 없겠거니 하며 심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게 한 예이겠다.
물론 곽한섬의 사후 씬이나 죽다 살아나는 최장군, 왕손이 등 개인적으로 아쉬운 연출과 스토리도 있긴 하지만.
3.
불과 한 달 전,
퇴근 후 하이킥을 보는 게 삶의 소소한 행복이었고,
장구한 일주일을 수, 목의 추노를 기다리며 즐겁게 버티어 냈었다.
여유롭고 평온한 일상이 있었다.
그런 옛 일상과 기억을 함께 나누고 있던 드라마의 종영은
어쩐지 얼마 남지 않은 예전의 연줄을 끊어버리는 느낌이다.
삶의 소소한 행복이 있던 TOL의 기억이
드라마와 함께 사라져 가고 있다.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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