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기록하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해가 갈수록 기억은 퇴색되어 그 해를 특정하기 어려워 지고 있고,
그러기에 특정 시점의, 예컨대 생일 같은, 기록은 꽤나 중요한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각 그룹장과 CMO와의 회식이 있어 다소 늦은 귀가,
우연히 빵집에서 아내를 만나 케익을 함께 사들고 들어와
늦은 시간, 가족과 함께 생일을 축하했다.
삼십대의 마지막 생일.
서른을 바라보던 스물아홉의 생일과는 달리
아쉬움도, 절망감도, 쓸쓸함도 크지 않다,
아니 솔직하게는 별다른 감흥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옛 시절 인생의 선배들로부터 흔히 들어왔음직한 이야기리라.
아직 스스로 젊다고는 생각하고 있으나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청춘은 아니라는 자각은 이미 하고 있기 때문인 것도 같다.
기대가 높지 않기에 실망도 크지 않은 법,
삽십대나 사십대나, 청춘은 아니라는 게 오히려 상실감을 반감한다.
내가 그러하지 못했던 것처럼 누구도 그러하지 못했을 게다.
이십대는 어렸고, 괜한 기대를 가질 만큼 자신만만 했었다.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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